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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Oct 07. 2016

태어나 처음 가보는 캠프

캠프라는 걸 가본 적 없는 친구들의 도전.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했다.


태어나서 여태껏 한 번도 이런 행사에 참여한 적이 없는 친구들이다. 아니 학교에서도 책상에 앉아 있는 걸 싫어할 정도니까 외부행사에 참여하여 어떤 프로그램을 직접 해본다는 것은. 그것도 1박 하고 2일 동안. 이 친구들에게는 무모한 도전이 틀림없다 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흡연'이었다. 1박 2일 캠프 동안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걸림돌이다. 하루에도 한 갑 이상 흡연을 하는 친구들이. 보건소를 매년 다니면서 금연프로그램을 수회 받았던 친구들이 여태껏 담배를 끊지 못하고 피고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생활이라는 거다.


중소기업청 주관 '학교 밖 청소년 기업가 정신 캠프'


참가했다.

연수원에 도착했을 때 참여 인원은 우리 학생들을 포함해서 총 87명가량. 늦게 오고, 중간에 빠져나가고 해서 87명가량이다. 거기에 경찰청에서 모집한 학교 밖 청소년은 내가 데리고 간 12명이 전부다.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전국 각지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꿈드림' 단체에서 데리고 온 친구였다. '꿈드림'은 학교 밖 청소년을 발굴 교육하는 청소년지원센터 산하 기관이다.



좀 거칠다는 친구들. 그들의 시선들이 교차하는 모습들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무슨 정글도 아니고. 경계하는 듯한 시선을 한 명도 아니고, 두 명도 아니고 참가한 87명 모두가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근데 나만 긴장하는 걸까? 주위를 둘러봐도 나 만큼 긴장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다들 너무 편안해 보이는데.


교육 프로그램은 좀 실망스러웠다.


교육을 진행하는 업체에서 교육을 받는 '학교 밖 청소년' 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한 것일까? 프로그램 일정이 모두 테이블에서 이루어지는 수강 방식 일정. 뭐지? 이 일정. 답답해서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너무 자신만만한 태도다.


"걱정 마세요. 저희는 이 친구들보다 더 무서운 소년원 친구들까지 교육을 해봤는 걸요.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잘 따라올 겁니다."


소년원 친구들은 학교 밖 청소년들보다 순하다.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왜냐하면, 소년원 친구들은 규칙을 알고 있는 친구들이다. 소년원에 있으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법과 규칙이다. 이 것을 어기면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그들은 'Do와 D'ont'에 철저하게 익숙해있다. 그러니 당연히 순할 수밖에.


그러나 학교 밖 친구들은 다르다.

이 친구들은 말 그대로 학교를 다니지 않는 친구들이다. 쉽게 말해 통제하는 사람이 없다. 내가 데리고 간 친구들은 학교에서 좀 거칠게 생활하는 친구들이거나 학교를 나오지 않는 친구들이다. 선생님들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둔탁하고 마모가 많은 친구들. 규칙? 법? 그런 거 잘 모른다.  


내가 바라는 건 적응이었다.


1박 2일 동안 그만두지 않고, 짜증내지 않고, 싸우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이 무리 속에서 버텨주기만을 기대했다. 교육성과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이 친구들에게는 다소 버거운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었던 건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들과의 충돌. 어찌 보면 가장 긴장했던 이유도 다른 지역의 학교 밖 청소년들과의 마찰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1일 차 일정은 오후 1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9시에 끝났다. 아이들의 일그러진 표정은 숙소를 보고 나서야 풀렸다. 복층으로 된 고급 별장 같은 숙소를 배정받아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초등학생들이나 하는 베개싸움을 시작으로 그날의 밤은 무척 시끄러웠다. 새벽에만 연수원 측으로부터 4건의 항의 문자를 받았다.



다음날 알았다. 그래도 우리는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는 걸. 다른 남학생들 숙소에서는 흡연에 술까지 밖에서 사 오다 연수원 측에 적발되었던 모양이다. 사회초년생으로 구성된 멘토가 있었지만 통제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2일 차도 역시 테이블 교육이었다. 이들을 왜 밖으로 안 보내는 거지? 아니면 손과 몸을 쓸 수 있게끔 왜 안 해주는 거지? 혼자서 구시렁거렸다. 그래도 아이들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다행히 마찰은 없었다.


다행히 잘 버텨주었다.

1박 2일 동안 저녁 9시까지 테이블에서만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음에도 아이들은 꾸준하게 자리를 지켜줬다. 비록 대부분은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자리를 지켜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 물론 담배를 피우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의지도 너무 고마웠고. 그냥 모든 게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교육성과는 상대적이다. 그래서 이번 캠프는 친구들에게 아주 좋은 교육이었다. 소감을 물었더니 꽤 괜찮은 답변이 나왔다.


"나쁘지 않았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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