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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Dec 23. 2016

글을 쓰지못 할 만큼의 바쁨

청소년을 위한 나라는 있다 - 글을 쓰는 작업은 체력이 중요하다는 생각.

내가 언제까지 글을 썼었지 하며 찾았더니 11월 4일이 마지막이었다. 

죄송하다. 

어떠한 경우든 분명한 건, 내가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대체 뭐가 그리 바쁘다고.


하루에 한 개 이상의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나의 경우만은 아닌 듯 내가 알고 있는 전국 경찰관 동료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한다. 물어본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후배가 선배에게 물어보는 건 지극히 배우고 있는 위치에서 보자면 참 잘 갖추어진 태도다. 

  

글을 쓰지 못할 만큼의 바쁨이 대체 뭐길래?라고 물으면 나의 대답은 주춤해질 것이다. 애매하다.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자니 차라리 "만나서 이야기해줄게"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쁘다는 건, 시간이 꼭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쁘다는 상황이 주는 불편한 요소는 너무 많다. 그 중에 중요한 것이.


일단은 지친다는 것. 

정확하게 말하면 지치지 않기 위해 이겨내야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소모가 따른다. 


다음은 생각이다. 

어떠한 원인으로 해서 바쁘다면 이를 처리하기 위한 발걸음이 필요하고 그다음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생각적인 요소다. 사실 내가 맡고 있는 청소년 업무는 '마무리'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교육에 마침표가 없는 것처럼 사건파일로 끝을 내서 철끈을 묶어 캐비닛에 처박아 두면 얼마나 좋을까? 하겠지만 그게 안되니 바쁘다. 그게 안되니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고민이 정차하고 있는 순간. "이제 더 이상 가르칠 게 없으니 하산해도 된다"라는 80년대 고전 우스개 소리 같은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실망이 주는 후회.

판단적인 부분일 것이다. 공 들였던 학생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다. 보호했던 친구가 나빠지는 모습도 보았고. 학생들은 괜찮다는 데 학부모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도 보았다. 어쩔 줄 몰라 마냥 기대기만 하려는 선생님의 모습도 보았다. 중요한 건 내 의지가 흔들렸던 모습도 보았다. 그게 가장 후회스럽다. 


그래도 방법은 있겠지 하지만 없었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학생이 임신을 해서 나를 놀라게 만들고, 얼마 전까지도 친구들 지간에 문제가 생겨 페이스북 메신저로 상담을 나눴던 친구를 수사팀 사무실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걸 보았다. 얼마 전에는 그렇게 주의를 주었던 학생이 장애학생을 장기간 괴롭힌 사실이 드러나 학교 측과 긴급회의만 세 차례를 가지기도 했다.  


그럼 오늘은 어떻게 시간이 났나요?라고 물을 수 있겠다.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어떻게 글을 쓰고 있지? 지금 담당학교가 축제가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난데없이 이러고 있을 때가 있다. 딱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가끔은 이럴 때가 있다. 여러분들도 조금은 공감이 될 것 같은데... 


결국에는 밸런스다.

철저하게 업무 스케줄을 짜고 그 안에서 합리적으로 움직여 보려고 하지만 그것을 완벽히 지키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변동이 없는 스케줄은 없다는 생각. 그렇다면 결국에는 밸런스다. 밸런스는 응용이다. 문제 해결이다. 어찌 보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지치고, 생각이 가득하고 실망하여 후회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분해하기 위해 스케줄을 변동하고 있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학교로 다시 나가봐야겠다.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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