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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Jun 08. 2018

두 번째 부모 상담

자녀는 외계인, 부모는 지구인 - 대학생이 되어서도 정신 못 차리는 아들

디서 잘못된 것일까?라는 질문부터 하는 것이 보통 상담의 시작이다. 우선 그 시점을 찾고 나면 그다음에 실마리를 푸는 방법만 같이 연구하면 된다. 순서가 정해진다는 것은 시간과 과정이 힘들 뿐 결국에는 좋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다. 그러나 문제는 잘못된 시점이 어디인지를 모른다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진다.


난해.

러니까 상담을 요청한 자녀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다. 그때도 지금처럼 '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재혼 가정에서도 자녀 교육에 있어서 소홀함이 없었고 부모로서 크게 잘못된 행동을 보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아들은 조금씩 삐딱해져 가고 있었다. 그것을 단정하는 것이 '외박'이었고 외박은 곧 '가출'로 이어졌다. 아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아는 친구와 연락해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친근하게 잘못된 방향을 짚어줬고 왜 지금이 문제인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줬다. 다행히 아들의 인성은 좋았고, 말투나 행동에서도 순박해 보였다. 더구나 같은 학교 친구가 옆에서 함께 거들어줬기 때문에 우리의 대화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행동은 바로 달라졌다. 귀가. 


리고 일주일 후 다시 가출.


실 일주일 후 다시 가출했던 이야기는 뒤늦게 알았다. 이후에 어머님은 아들의 다양한 비행 행동을 알려왔다. 가출 후 알게 된 형들과 공모하여 '절도'부터 '사기' 심지어 학교 친구들에게 무분별하게 돈을 빌리고는 갚지 않아 학교 선생님에게서까지 전화가 오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고스란히 그 뒷일은 어머님의 몫이었다. 이후 아들은 나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숱하게 문자나 SNS 메신저를 통해 글을 남겨도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리고 1년 뒤 우리는 다시 만났다.

나기 전날 어머님은 내게 전화를 해서 상담을 다시 받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아들은 이제 지방대학의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지만 아직도 비행은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잦은 가출과 밖에서 만나는 무리들 때문에 뒷일을 감당해야 하는 일은 더더욱 많아졌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어머님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전까지 자신이 감당했던 일들을 이제는 남편이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어머니와의 연락을 끊고 이제는 오롯이 아버지와 연락하며 뒷일을 부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만나서 이야기해야 할 쟁점은 이것이었다. 독립.


제 와서 아들은 독립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취방을 잡아달라고 아버님께 부탁했다. 물론 자취방을 잡아주면 월세도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하겠다고 했고, 용돈에 대해서도 손을 벌리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취방을 잡아주자는 의견이었고, 어머님은 자취방을 잡아줘서는 더 큰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안된다는 의견이었다.


버님의 생각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불안하고 의심이 되더라도 결국 아들이 집에 들어오는 게 죽기보다 싫다면 방황하는 아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자취방을 잡아주고 대신 입대 신청을 권유하여 부드럽게 아들을 타일러 보자는 것이다. 상담 과정에서 알았지만 현재도 가출해서 집에 들어오고 있지 않지만 더구나 생활비까지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말에 그 부분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결론은 지금 돈 한 푼 없는 상황에서 또 누군가에게 빌붙어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님의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지금껏 아들이 원하는 대로 믿고 해줬는 데 약속을 지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당장 어제의 경우에도 집에 들어온다고 했지만 들어오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들어온다는 말만 하고 있지만 오늘 들어올지도 확신이 안 간다는 것이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어서 아직은 희망이 있고 그래도 집에 들어와서 가족과 함께 생활을 해야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자취방을 내주었을 때 그곳이 아들만을 위한 자취방이 될지 아니면 아들이 만나고 다니는 알 수 없는 무리들의 아지트가 될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국 나는 제안을 했다.

어머님과 아버님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이대 문제는 아들이 약속을 다시 어겼을 경우에 어떤 시나리오를 가지고 가져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즉, 아버님의 의견을 따르대 문제는 아들이 약속한 생계비와 월세비용을 아르바이트로 충당하지 못하고 다시 손을 벌리거나 아니면 어머님의 걱정대로 나쁜 무리들의 아지트로 변질되어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졌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고민해보자고 했다. 만약 아들이 약속을 어겼을 경우에 그때는 방법을 달리 할 수 있겠습니까? 아들을 위해서 지금까지 해 온 부드러운 방법 말고 강한 조치를 결심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버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컨대 자식 문제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어떠한 상담자라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결단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상담자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정답의 가설에는 문제가 야기될 소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부드러운 방법을 사용하면 아들은 계속 부모를 이용할 것이고 사고와 사건은 끊이질 않을 것이다. 심지어는 여느 무리들처럼 순진한 부모를 이용하여 사기를 치는 행태를 감안하면 지금 어울리고 있는 무리들과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강한 방법으로 경제적인 지원을 중단하고 '너 인생은 이제 네가 알아서 살아' 하고 연락을 끊어버린다면 그 또한 아들은 더 큰 범죄에 연루될 우려가 있다. 결국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마는 상황이 이런 경우일 것이다.


 생각을 덧붙였다.

아들의 지금 상태는 도저히 집에 들어와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을 부모님들도 공감하고 있고, 아들의 행동이 많이 불안하고 또 어떤 사건. 사고와 연루될 개연성이 높은 상황에서 아들이 원하는 자취를 시켜주대 자취방은 최대한 본가와 가까운 반경에 있는 곳을 선택하고, 수시로 아들의 자취방을 방문하는 것으로 의견을 덧붙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단계. 그러니까 아들이 약속을 어겼을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를 할 지에 대해서는 두 분이 고민을 해서 완성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그 시나리오는 반드시 아들에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담이 꼭 뚜렷한 방법을 제시할 수만은 없다. 더구나 '가출'과 '학업중단'에 있어서는 뚜렷한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부모님의 무거운 발걸음을 보면서 조용히 휴대폰을 들어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는 데 받지는 않는다. 열 번을 걸었는데도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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