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다가-
이제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언제나 이맘때는 기분이 싱숭생숭합니다. 왠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반은 실감하고 반은 너무도 실감할 수 없는 그런 오묘한 시간 입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그 중에 간직할 것은 뭐였고, 잊어버려야 할 것은 어떤 것들입니까? 본인이 손에 꼭 붙잡고 있는 것들은 바로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지금 몸에 덕지덕지 붙은 2015년의 잔여물들은 지워버리세요. 다 털어버린 줄 아셨을 테지만 이렇게 붙어있었다니요. 저도 두개나 붙어있었군요.
이렇게 꼼꼼하게 하나하나 지워가다보니, 점점 지운다는 것에 무감각해지고 무뎌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가 뭐를 지우는 건지 모르게 되고, 다 지웠다고 생각해도 괜시리 마음은 편해지지 않습니다. 우린 이렇게 항상 아쉬움이 남아야만 하는 걸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아쉬운 마음과 후회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예의이겠거니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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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감과 동시에, 있었던 흔적을 지워가고 있습니다. 모든 시간의 흐름속에서 존재할 수는 없고, 지금 있는 현재 이외에는 우리가 머물러 있을 곳 또한 없습니다.
결국 지금 당신의 흘러가는 아쉬움과 찾아오는 걱정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당연한 것이기에, 너무 마음쓰지 마세요.
저는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또 다시 빛날 당신의 한 해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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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시를, 새해를 맞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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