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수묵화-
이제 정말 겨울입니다.
찬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헐거운 창문을 바라보며 잠을 청하던 중에,
그 밖에 서있는 나무의 그림자가 연이어 손짓합니다.
위아래로 흔들거리는 그 앙상한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저는 이불을 더 꽁꽁 싸매고 돌아 눕습니다.
자기전에 잠깐 스쳐간 생각은,
'이 추운 날씨에 나무들은, 왜 그동안 가득 껴입었던 겉옷을 내던지고 도리어 맨 몸으로 맞설까?'라는
의문이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본 나무의 겨울 나이테는 짙은 색이었습니다.
그렇게도 모진 눈바람이었겠지요.
나무들은 그렇게 생장을 멈추면서까지 힘든 시간을 견디고 나서야 다음의 화려한 시기를 맞이합니다.
그런 일련의 생각들은, '차가운 세상 한가운데 이불만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이 과연 항상 옳은 일일까?' 라는 의문으로 이어지고, 이내 전 잠에 듭니다.
두려워 맙시다. 우리 앞에 부는 차가운 바람은, 우리를 더욱 더 잘 견딜 수 있게 만들어 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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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시를, 나도 모르게 겨울이 싫은 사람들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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