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라는 선물

by 미누

오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필요없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나봐.


내가 간절하게 바란건

어쩌면 특별한게 아니었는지도 몰라


동이 트는 아침을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는 시간

식어가는 차 한잔을 끝까지 마실 수 있는 시간

내 마음 듬성듬성 난 구멍들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

냉장고를 뒤져 이것 저것 요리를 할 수 있는 시간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들을 일기장에 나눌 시간

느즈막한 오후에 가벼운 차림으로 햇살 가득한 바다를 걷다가

지는 노을 앞으로 모인 사람들에 섞여서

한정없이 바다 미술관 벤치에 앉아 있을 시간

그러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한 두마디 건내고

그러다 돌아오며 발견한 예쁜 커피숍에서 카푸치노를 홀짝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것을 했는 걸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어제와 같은 생각을 이어하지 않아도 되고

앞으로의 걱정을 끊임없이 늘어놓지 않아도 되는

그저 오늘.

그저 내게 주어진 열 몇시간의 시간을 묶인 마음 없이

예약된 일정 없이

거실 바닥에 널부러지기도 하고,

부엌 식탁에 엎드리기도 하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 생각도 안하는 그런

시간속에서도 나는 무엇을 하겠지만,


그래도 되는 여유가 필요한 걸

그래도 괜찮은 시간이 내겐 필요한 걸


내게 허락된 여유만큼 차오르는 행복으로

나는 또 바쁜 삶을 살지도 모르지만


이미 방전된 배터리로 삶을 지탱해나갔다면

오늘은 여유로 너를 채워나가기를


그리고 오늘이 좋았다면 내일도, 그 모레도,

한 몇 달쯤 여유가 내 삶을 다시 부풀려 오를 때까지

그렇게 쉬어가는 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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