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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빛이니까

To my dear parents

by 미누

사라지고 있다.

줄어들고 있다.

너의 말이.

너의 웃음소리가.

너의 모든 것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하나 둘 떨어져 다른 편으로 사라지는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나와 너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서

결국은 한 알도 남아 있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그렇게 오래도록

빛이 나고 있었지.


운명이 허락하는 만큼 주어진 시간속에서

어찌 단 하루도 빛나지 않았으랴.

너무 찬란해서 차마 눈을 뜨고 느끼지 못했으리라.

그래서 우리는 눈을 감아야만

오롯이 검은 곳에서야

우리의 사랑이 그토록 빛이나고 있었음을

기억으로 기억할 뿐.


스르르 손에 쥐면 사라지면 모래알처럼

고스란히 저 편으로 넘어가는 빛의 알갱이들을

남김없이 보낸 후

적막함속에서도 나는 너를 온전히 기억하기 위하여

오늘도 너의 형상을 눈을 감고 떠올려본다.

내가 사랑한 너의 모든 것들을.


너는 한쪽 눈을 감은 채 웃었지.

너는 곱슬머리가 바람에 휘날릴 때 꼭 두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지.

목젖이 보이도록 웃을 때 네 작은 어깨는 들썩거렸지.

비가 오는 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 가고 싶어했지.

구부러진 손가락은 꼭 너의 세월을 닮았지.


나는 너의 모든 것을 꼭 꼭 눌러담아

눈물로 너를 떠올릴 그날,

온전히 사랑했다고, 너는 사랑이었다고

말하겠지.





5월 8일

수많은 날을 평범하게 맞고, 또 지나가

다시 맞은 날들,

당신들을 생각하며.



가장 빛나는 사랑의 순간을 선물해준 나의 가족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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