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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우주라도 괜찮아

by 미누

조그만 우주는
작은 소용돌이에도
쉽게 흔들리지.


깜짝 놀라
컴컴한 우주를 둘러보다가


내가 이토록 작았다는 걸
문득 깨달았지.


저 커다란 별은
그토록 차분하게,


흔들림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


힐끗 바라본 다른 별들도
말없이
자기만의 은하수를 따라 흐르고 있었지.


억만 년 동안
쌓이고 쌓인 먼지들로
그 별들도
단단해졌다는 걸 알았어.


고요한 별들은
시간을 삼켰지.


작은 별에서
큰 별이 되기까지.


제자리를 지킨 시간만큼의
빛이 되었던 거야.


작은 별이어도 괜찮아.
수수하게 흐르는 은하수여도 괜찮아.


우주 가장 구석진 곳에서
어둠을 무대 삼아
작은 빛을 낼지언정,


오래오래,
아주 오래—


조그만 자리에서
묵묵히 빛나는
진짜 별이 될 테니까.


작은 별의 역사가
큰 별의 기원이 되는 기적은,


시간을 삼킨
그 어떤 별에게도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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