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는 행복속에서만 쓰여지지는 않았다.
주르르 쏟아내리는 눈물자락 속에서
번져가는 펜자국을 남기며 써내려간 시들
걱정들을 지워내려 무작정 펼친 노트에
무언가 쓰다보니 생긴 자국들
불현듯 다가온 평온함에 마음이 차르르 가라앉던 순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끄적인
글자들의 행렬
삶과 삶에 따라온 고뇌와
고뇌 뒤에 번뜩이듯 쟁취한 자유
그리고 또 모든 지혜들을 놓친 채
망연자실했던 날
그 모든 것들이 생채기를 남겼다.
그 생채기들이 씨앗을 떨어뜨렸다.
그 자리에 나의 시가
꽃이 되어
피어났다.
내 삶의 자투리들이 모여 글이 되더니
그 글이 결국 나만의 노래가 되어
퍼져나갔다.
시를 쓰기 시작한 건 초등학생 때였다.
좋아하는 오빠에게 고백을 하지도 못하고 시로 마음을 표현하던 나는
다들 그런 줄만 알았다.
한번도 보낸 적 없고, 한번도 읽어준적 없으며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나의 시들이 어느샌가 새어나간건 이제 그들을 자유롭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시는 내 안의 모든 감정들의 덩어리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탄생한 일상 속 숨은 비화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너도 자유로워지렴.
숨은 마음이 시가 되어 세상으로 떠나자,
몹시 기뻤다.
나는 시로 인해 몹시 자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