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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나의 작은 공부방 일지

by 미누


Pro


집에서 애들 가르치면 얼마나 좋아.

출근 안해도 되고, 월세 안내도 되고. 애 키우면서 하기 딱 좋은 직업이지.



Con

하지만 나는 집 앞을 나갈 때도 모자를 쓰고 나간다. 집 앞 마트에서 맥주를 살 때면 학생이나 학생의 부모님이 있나 없나 살피곤 한다. 불안한 마음에 얼른 인사도 안하고 문을 닫고 나간다. 집에 들어가면 일을 하러 온 것 같아서 하지 않던 운동을 끊어 나간다. 커피숍이 오히려 더 편한 내 거실 같다.







어떤 일이던 장, 단점이 있다. 아이가 6살이던 무렵 나는 강사와 과외를 병행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아픈 날은 아주 곤란했다. 갑자기 엄마에게 맡길 수도 없었고, 엄마도 병원에 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애를 데리고 갈 수도 없었다. 과외하는 집에 가서 학생을 앞에 두고 졸 뻔 한 적도 있었다. 그 때는 닥치는 데로 많이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내 경력을 쌓아가고 싶었다.


아이가 9시 반에 유치원을 가기 때문에, 그 전에 출근하는 일은 할 수 없었고, 아이가 종종 아프기 때문에 매일 출근하는 일을 하는 것도 꺼려졌다. 누군가 과외를 권했지만 수요가 있는 중, 고등 과외자리는 거의 5시 이후부터 하길 원했다. 학원도 저녁 8시는 되어야 마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최적의 직업이 공부방 강사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교육자격증이 있어 얼마나 다행이야 하면서. 그날로 사업자를 내고 바로 당근에 모집 안내를 했다.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 내 교육관도 올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2-3개월 후에 첫 학생이 왔다. 그리고 두달 후에 두번째 학생이 왔다.










나는 작은 영어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은 좀 되지만 이렇게 내 공간에 내가 직접 발로 뛰어 모집해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은 사실 처음이다.


나는 무모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즉흥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걱정많고 내향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저지르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이 일도 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일은 그간의 일과는 조금 달랐다. 이제껏 내가 저지른 일의 감당은 나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과 연관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내어 오는 아이들, 그리고 많은 시간 고민해서 선택해준 부모님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쉽게 관두기도, 쉽게 싫증내기도 아주 미안한 그런 성질의 것이었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너와는 다른 남인데 라고 하겠지만, 남들에게 폐를 끼치는게 (남을 생각해서 라기 보다는 나 자신이 용납을 못해서) 정말 싫은 나로서는 아마 이사를 가기 전까지는 계속 지켜야 하는 나 제 2의 전쟁터가 되었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나에게는 전쟁과 비슷해서, 매일 매일 전쟁에 대비해서 잘 먹고, 마음을 잘 가다듬고, 잠도 잘 두어야 했다.


오후 2시, 그 시간이 닥치면 순식간에 아이들이 들이 닥치고, 그리고 아이들이 문을 쾅 닫고 나가기 전까지 나는 물을 마실 시간도 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은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간다. 물론 시간표를 잘 짜야 한다는 선배 선생님들의 말을 귀로 흘려들은 나의 탓도 있지만, 강사시절부터 시간을 꽉 꽉 채워 수업을 하는 버릇 때문이었다.


나는 이 공부방 운영을 위해, 여러 취미들을 만들었다.

INFP 전형적인 감정, 내향형의 내가 어떻게 이 공부방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영어책들과 보낸 시간들을 써봐야겠다고 다짐한 것은, 이 시간을 지치지 않게 보내기 위한 나의 다짐과 같은 것이다.




항상 직업과 내 취미를 달리 보던 습성을 깨고,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과, 그 연관성을 나의 취미, 글쓰기와 그림에서 찾아 연결해보자는 심산이다.


왜냐하면 요즘 좀 지치기 때문이다.

먹던 물을 쏟고, 사탕을 달라고 소치치는 유치원생부터, 말을 멈추지 못하는 고학년 학생까지.

영어로 즐거운 세상이라는 공부방 슬로건을 바꿔서 영어로 지겨운 세상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저학년 학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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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만날 예쁜 아이들을 더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한 나의 마음의 지평을 열 수 있도록 하나 둘 모아지는 글감들을 놓치지 않고 간간히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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