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 타인이라는 습격

6_두 세계_

by Daniel Josh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나는 자꾸만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사람이었다.
머릿속에는 많은 문장들이 떠오르지만 막상 내뱉는 말은 별로 없었다.


말하는 것이 어색했다. 호흡 한번, 어절 하나가 부담스러웠다.

아이들은 저마다 성격을 있는 그대로 내놓아 무리 집단에 섞였고, 그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말하는 것이 어색하다는 것,

그거 하나가 실은 한 사람의 인격을 형성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다.
말을 밖으로 내보내고, 그것들에 대한 피드백을 즉각 받는다.

서로 다른 생각을 대화로 공유하고 다시금 자기 자신을 확인한다.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그 과정들이 사회성을 기른다.

유독 예민한 감각 때문에,

많은 말들이 머릿속에 쌓여가는 동안 제때 그것을 이야기로 풀지 못했다.
그렇게 심화되는 불균형이 그대로 자아를 형성한다.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자기 자신이 있었다.

다행히도, 말을 못 하는 것이 곧 세계에서의 도태와 추락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그림을 잘 그리거나, 축구를 제법 하면, 무리에 섞여 드는 또 다른 방법이 되었다.
그것이 아이들이 무리를 이루고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필요한 언어였다.

빠르게 흘러가는 집단의 세계에서 나는 여전히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집단의 세계에 굳이 섞여 들어가야 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 아이들은 그 아이들대로. 나는 나대로.
이제 성숙해진 사회의 시민의식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우린 각자 우리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야 진정 아름다울 수 있다고.

그러나 나도 무리를 이루던 아이들도 그런 성숙한 의식을 갖고 있지 못했다.
친구 집단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집단이 사용하는 언어를 익혀야만 했다.
그 언어를 익히지 않으면, 그건 곧 매력 없는 존재라는 낙인을 쓰는 것이었다.
또래집단과의 교류와 사회성이 자아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그 시기에

집단이 지정한 언어와 규칙을 지키는 일은 절대적인 것에 가까웠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미니맵과 같다.

자폐세계에 머물러 있느라 경험도 지식도 부족한 어린이에게 세상은.

아직 오버로드가 비행하지 않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둠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불확실의 세계, 그런 세상을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걸음들.
밟는 지면이 물렁하게 바스러지지는 않을지 염려하면서 그렇게 걸었다.

고립된 나의 세계와 동떨어진 집단의 세계.

그 사이 오는 괴리, 분열을 해소할 수 있는 분출구를 아직 확실하게 찾지 못했었다.

컴퓨터 게임을 많이 했다.

세수하러 세면대에 들어가면 거울에 비친 얼굴이 보라색이 될 때까지.

그 무렵 일기를 길게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빨간색 라면보이 일기장.
길게 쓴 일기를 담임선생님께 칭찬받았다.
어쩌면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철학적인 생각을 담아 끄적였던 글 뭉탱이.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으로, 나는 안도했던 것 같다. 완전히 고립되진 않았다고 느꼈다.

두 세계는 아슬하게 공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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