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자폐세계_
꼬르륵 물속에 잠겼다.
자극하던 것들은 사라지고 고요한 적막이 귓구멍을 막는다.
세계와 문을 걸어 잠그고 스스로 차단된 상태에 놓이곤 했다.
찬 바람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고요함 속에서 생각을 연결 지어 나가는 것.
그 외엔 다른 자극이 닿지 않는 곳.
아늑해서 좋았다.
세계와 단절된다는 것은,
마치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 태아 상태로 돌아감을 의미했다.
엄마의 양수 물 온도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감각만은 지니고 있는 것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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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년 시절의 나를 자폐아로 규정짓는다. 병원에서 그런 진단을 받았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질병 수준의 자폐증이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기도 하고. 정신병리학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화두를 꺼낸 것은 아니니까.
그저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자폐세계의 문을 열고 꼬르륵 잠기길 좋아하는.
그 나이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흠뻑 젖어 놀아야 하는 법이다. 뭐, 지극히 정상이다.
흔한 글들처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라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애초에 나는 그렇게 생겨먹은 아이였으니까.
가정이 불우했다거나, 부모의 사이가 나빴다거나 하는 극적인 장치 따위는 없다.
태어날 때부터 이불속의 아늑함을 사랑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들을 어떻게 말하던가.
내성적이라고 하던가, 섬세하다고 하던가, 집돌이, 집순이?
대충 그 언저리였던 것 같다.
어느 가을 아침,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맞는 쌀쌀한 찰싹바람처럼.
외부세계는 위협적이다.
창문을 타고 들어온 찰싹바람에 살결이 곤두서는 그 감각. 그 감각이 꺼림칙해서
이불을 뒤집어써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런 방식이 삶의 메커니즘을 이루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좀 될까?
이건 자폐세계에 몸담던 인간이 빠르고 거대한 외부 세계에 발을 딛고
이방인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며 살아가는 그런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