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자폐세계 아이

2_물속에서의 공상_

by Daniel Josh


나는 종종 잠수했다.
물속은 어둡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물속에서는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하지 않는다. 다만 떠올리는 공상 속에 새로운 세계가 연결되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만물과 세계가 호흡한다. 나는 그 우주를 창조하고 시스템의 경영자가 된다.

물속 세상이, 빠르게 움직여나가는 현실세계에 따돌림을 당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안정적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도태될까 불안함.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외부의 세계에 위치하면서,

차단되어 있는 나를 바라보는 관점을 의식할 때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정수리 끝까지 물속에 잠긴 상태에서 그런 것들까지 신경 쓰지는 않아도 되는 것이다.

‘몰아’ 다.

현실세계는 나를 위협하는 곳이었다. 세계와 호흡을 맞춰나가는 것은 내게 늘 고역이었다.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온 물속의 자폐세계는 나에게 진정한 자유를 주는 것 만 같았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세계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익숙해하는 사람이었다.

히키코모리는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을 말하는 용어다. 사회 부적응자.
그를 생각해본다. 그가 원래부터 그런 성향이 있었는지,
경쟁하는 세계 속에서 고립되고 좌절되기를 반복하여서 후천적으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나는 공상이라는 물속에 잠긴다.

_공상1
사람은 누구나 자기 세계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하고, 권력을 쥐고 싶어 한다.
우리가 저마다의 우주를 지니고 있는 것은,

시신경세포로 바라보는 세계가 각 사람의 살아 숨 쉬는 자아와 주관으로 채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우리 모두가 꼭 하나의 현실세계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하늘과 같은 땅, 그곳에 이미 조직되어있는 국가, 국적 위에 숨을 쉰다.

그곳에는 먼저 산 자들에 의해 이미 권력이 나뉘어있다.

이제 막 세계에 발을 디딘 여행자들에게는 자신의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주어질 것이 주어진다.

출생의 기원인 부모로부터, 플래티넘 수저와 모래알 수저. 혹은 그 사이 어디쯤.
지구에 아장아장 발을 딛는 시작과 함께 현실적으로 얼마간은 이미 주어진 복불복의 힘(권력)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만약 물려받은 권력(부모의 유산 같은 것)이 형편없는 수준이라면,

서서히 후천적인 노력으로 현실세계 속의 자기 자리를 쟁취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은 기본적으로 경쟁일 것이다.

_공상2
주인이 되고 싶으나, 현실세계에서는 마땅히 경쟁을 치루어야 한다.
세계에 발을 붙이고 경쟁체제에 순응할 것인지, 세계와 자신을 차단하고 자신의 세계를 평온히 유지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먼저 경쟁에 있어서는, 승리할 수 도 있으나 패배할 수도 있다. (대걔 확률로 패배한다.)

패배는 상처를 입힌다. 상처는 아프다. 실패는 무서운 것이다.


자기 계발 전문가들은 말한다. 패배는 씁쓸하고 좌절스럽지만, 패배야 말로 승리를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패배를 연습해야 하는 거라고. 한두 번의 패배와 절망으로 결코 죽지 않는다고.


그러나 그게 죽을 것처럼 괴로울 수 도 있다는 가능성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으레 그런 것을 겪는 것이라고 한다.

실패의 고통이 세상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겪는 과정이라며 개인의 특수한 경험과 정서는 엄살로 치부, 묵살한다.

그들은 깡패나 다름없다.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모자란 이들이 큰 목소리를 낸다.

멘탈경도가 간장 뿌린 연두부 보다 못한 이들에게, 현실세계는 살기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위험천만 그 자체.

_공상3
그렇다면 100%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대뇌피질의 전자기 작용으로 창조해낸 공상의 세계.
그 세계 속의 이야기에 사는 것이다. 그곳에서 자아는 늘 승리를 거둔다.
흥미를 끌도록 잘 만들어진 만화영화를 본다. 만화는 여러 가지 스토리 플롯이 존재한다.

대부분 매 화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또한 그 과정에는 다양한 인물들의 여러 감정이 섞여있다.
그것들을 간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자아세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어디까지나 가상세계에서 비롯되는 허구이므로, 슬픈 이야기 든 기쁜 이야기 든 지나친 감정이입을 할 필요는 없다.

직접적으로 고통이 되지 않는 아픔을 문학적으로 풀어낸다. 공상 안에서 벌어지는 일일 뿐이니 즐기면 그만이다.


오늘의 잠수는 여기까지.

숨을 돌리고 신선한 공기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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