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자폐세계 아이

4_퇴화_

by Daniel Josh


뇌를 쓰지 않으면 육체의 기능이 퇴화하게 된다고 한다.

뇌가 활성화되는 시기에 눈을 감고 바라보지 않으면

시신경이 퇴화되어 나중에 눈을 뜨더라도 볼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육체가 아기집에서 나와도 자아세계를 다시 달걀 껍데기로 감싸 보호하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퇴화의 과정을 밟게 된다.

나의 아늑한 공상의 세계. 달걀 껍데기. 물속 세계.

다른 말로는 따뜻한 쓰레기장 정도 일까.

그러는 동안 세계와 자아와의 간격은 점점 더 커진다.

따뜻한 쓰레기장은 아름다운 곳이다.

현실세계에서나 한심한 취급을 받는 곳이지.
고즈넉한 자연풍경에 들어선 아파트들과 적절히 편의에 맞게 구축된 상가 인프라가 특징인 쌍문동.
그곳에 살다가 화려한 건물로 둘러싸인 강남 테헤란로에 가면 쌍문동을 코웃음 치게 된다.
더 큰 곳을 알게 되고 나서 작은 곳을 유치하게 여기는 건 사람의 변덕스러운 심리 탓 일까.
그 본질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귀천이 가려지는가?
심지어 쌍문동에 있는 것은 강남에 다 있고, 강남에 있는 것은 쌍문동에 없다고 할 지라도.
각기 다른 장소는 매력이 다를 뿐인데.

내가 나의 세계에 머무는 것은 과연 퇴화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퇴화하고 있었다.
고인물은 썩는다는 진리를 아직은 몰랐던 때.
부디 여기 계속 머물러있을 수 있도록 날 내버려 뒀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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