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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작몽상가 Oct 31. 2020

하늘

하늘은 하루 종일 요란스럽게 눈물을 쭉 빼고도 모자라 고집이 단단히 났는지 마음대로 색을 여러 번 바꾸었다. 한동안 토라져 모든 것을 내팽겨 치더니 금세 혼자 울음을 그치고 내내 고약하게 변덕을 부린 게 마음이 조금 쓰였는지 불그스레 석양으로 미안함과 고요를 남겨주었다.

-2017.03
하늘은 하얀 도화지 위에 구름으로 , 빛으로 잘도 색을 칠한다.

-2017.01
하늘이 우리를 바라보면 그렇게 잘난 너도, 이렇게 못난 나도 각자 들고 있는 우산의 색만 다를 뿐 똑같은 하나의 움직이는 검은 형태일 뿐일 텐데.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겸손함을 잊지 말자.

-2017.03
하늘의 변화 관찰하기.
구름이 보글보글 끓고 비행기가 퐁당퐁당 내리친다. 해가 스리슬쩍 물러나고 어둠이 스르르 깔리기 시작하면 하나 둘 나타나는 빛의 무리는 더욱더 강렬해진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에 나도 숨 쉬며 살아가고 있구나.

-2017.04
하늘 변화 관찰가 라는 직업이 존재했다면. 하늘 색깔 탐구가 라는 직업도 존재했다면. 구름 모양 기록 가라는 직업까지 있었다면. 뭘 할지 매일 엄청나게 밤새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세 가지 전부를 취미로 하면서 그것들을 그림으로 옮겨보는 사람을 했을 듯.
상상으로 너무 행복한 가상의 직업들.
세상에 이런 직업들만 있었으면 몹시 평화롭기만 했을까


-2017.04
하늘은 좋겠다. 엄청나게 커다란 공간에 마음 가는 대로 그릴 수 있잖아. 하얀 물감을 대뜸 쏟아부어도 사람들은 좋아해 주잖아.

-2017.04
그림 그릴 때 자기에게 잘 맞는 재료가 있다. 수채화는 너무 어렵고 나랑 안 친하고 못하지만 사실 수채화를 완전히 놓아버리고 싶지 않은 딱 한 가지 이유는 하늘.
하늘을 표현하기에 수채만큼 좋은 도구는 없는 것 같다. 아닌 건 과감히 버리고 맞는 도구를 더 많이 써보고도 싶지만 어느 날 하늘을 아주 잘 표현하게 되는 날이 올까 해서 수채화에 대한 동경을 계속 품어본다.

-2017.04
하늘을 하늘색으로만 그어대는 건 무척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늘에 하늘색으로 칠을 하고서 마음이 상해버렸다.  

-2017.06
하늘이 품은 노을, 노을에 담긴 해, 해가 머금은 빛
그리고 그 빛에 서린 하루라는 기적.

-2017.06
노을이 지는 지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 순간. 굳이 한마디로 해야 한다면 아멘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어 졌다.
유일하고 위대하신 하늘님을 내가 존경해.

-2017.08


하늘에는 우리가 말로 옮겨내지도 못한 색이 담겨 있었다. 아주 미세한 모든 색을 전부 다 가지고 있는 자연은 하늘뿐이잖아. 사실 우리 눈에 보이는 중에 이 세상이 이름을 주지도 못한 색이 하늘에 엄청 많이 있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뭐라고 불러야 되는지도 모르는 이 색을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거지. 이렇게 경이롭고 무한한 것이 자연이야.


색의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의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 오늘도 잠시나마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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