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만남
오늘 비 참 많이 온다.
이 그림은 영국을 사랑하는 내 친구 수잔을 생각하며.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다. 억누르며 지내야 했다. 드러내고 싶지만 감추지 못하면 그런 것 하나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아마 그렇게 덮어 내려만 하고 살았나 보다. 그렇게 누르면 누를수록 마음속의 골은 더 깊숙이 파여갔다. 바닥이 보이고 더 이상 파질 골 차도 없어져 갈 때 즈음 우리가 만났다.
비가 세차게 한바탕 내릴 때면 하늘이 늘 부러웠다. 저렇게 다 뿌려내고 나면 그 뒤에 얼마나 개운할까.
왜 너는 그럴 자격이 있는데 나는 없을까...
우리가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르겠다. 이제 하늘 부럽지 않아. 나도 내 감정을 피하지 않고 다독여 보는 방법을 알았어. 깨끗한 종이 위에 그것을 고스란히 모아서 담아내는 방법을 알아냈어.
이제는 억지로 흘려보내려고 하지 않아도 돼.
가만히 앉아서 심호흡하고서 연필을 쥐고 그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면 돼.
우리가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진심으로.
-20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