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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 Jan 25. 2023

day16. 냄새가 나지 않는

#16일차

2023년 설

아이의 감기로 조금 일찍 시작한 연휴

코로나+독감이 지나간 뒤로 아이의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았다.

어린이집을 가고 있었는데 금요일엔 열이 나기 시작해서 보내지 않았다.

아이의 병원을 챙기고 연휴동안 먹을 약을 챙겼다.

내 눈이 침침하고 머리가 무거웠다.

비가오려나 했다.

목도 간질간질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코로나때 받아두었던 타이레놀을 먹었다.

그러고 설을 쇠러 시댁으로 가는데

머리가 터질듯이 아프고 목이 째질듯이 아팠다. 열이 났다.

어른이 되고 코로나만큼 아픈게 없었는데 코로나 첫째날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나는 격리해제된지 이제 겨우 3주, 혹여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와도 재감염이 아니라 바이러스 재검출일 뿐일테다. 하지만 자가키트 음성.

이정도 아픈건 분명 독감일거다!

타이레놀, 어머님이 주신 감기약, 뜨거운물, 스트랩실로 설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와서 연휴에 문을 여는 병원을 찾아갔다. 

독감검사도 음성.

코로나도 독감도 아닌데 이렇게 아플 수가 있나.

의사가 처방해준 수액을 맞고 있는데 따뜻한 전기장판에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 이 순간이 너무 고마웠다.

아무리 몸이 안좋아도 아이가 부르면 가고, 아이가 필요한 걸 챙기고, 밤에 잘 못자면 토닥이곤 했다.

나를 내 아이 돌보듯이 돌보아야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또 약을 먹고 아이와 놀고 밥을 차리고 집을 치우고.

그런데 어제 저녁부터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어떻게 알았냐면 군내가 많이나는 김치가 아무 냄새도 나지 않고 아삭아삭 맛있었다.

아이 그릇에 짜주었던 케찹이 새콤하긴 한 것 같은데 새콤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분명 아침에 커피향을 맡으며 커피를 먹었는데.

이게 무슨일이지.

냉장고를 열어 레몬즙 냄새도 맡아보고 다진마늘 통도 열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냄새가 나지 않았다.

세상에나,

냄새가 나지 않으면 맛도 안 날 줄 알았는데 그건 또아니다.

맛이 약해지긴 했지만 맛은 난다. 신기하다 아주.

일부러 냄새가 나는지 킁킁 해보지 않으면 내가 냄새를 못 맡고 있다는 것을 까먹는다.

상상속의 냄새가 느껴지기도 한다.

커피향, 핸드크림향, 과일향

내가 아는 향은 나는 것처럼 느낄 수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처럼 상상할 수 있는데, 냄새를 상상하면 이런걸까?

여튼 신기하고, 냄새가 맡아지지 않는다.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감기 걸린 입맛같긴 하지만 맛은 그래도 나니까.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겠다.

*매일 30분, 작심 100일 프로젝트는 꿈샘과 글친구들이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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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30분작심100일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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