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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 Jan 12. 2023

day3. 격리의 좋은점

#3일차

연말, 연초에 코로나와 독감이 휩쓸고 간 우리집

크리스마스부터 오늘까지 집에 머무는 중이다. (아직 아기의 자가격리 안끝남...)

남편 코로나 확진 > 나 확진 > 아이 독감 확진 > 아이 코로나 확진

일단 너무 아팠다.

어른이 되고 이렇게 감기로 오래 아파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약을 먹으면 열이 내려서 그 사이에 집안일도 하고 밥도 하고 아이 밥도 챙기고

다시 열이 나면 그대로 자러갔다. 이걸 남편이랑 무한 반복.

어느날부터 3명의 열이 다 잡히고 지금은 회복중이다.

다행히도 아이는 나가자고 조르지 않았고 나도 생각보다 덜답답하고 남편도 집안일에 손가지 않게 착착 정리해준다.

이제 몸이 좀 살거같으니 하는 말이지만 격리에도 좋은 점이 있다.

나가면 힘을 얻는 나지만 집에 머무는 시간도 꼭 필요한 나인데, 집이 얼마나 복닥복닥 거리든 그냥 집에 있는 시간이 마음 편하다. 책도 읽고 이렇게 글도 쓰고 아이가 자고나면 남편이랑 드라마도 보고.

안씻고 안갈아입고 그냥 집콕하는게 생각보다 괜찮다. 끝이 있는 생활이라 그렇겠지? 끝이 안보이는 몇달 1년이면 나는 다시 육아휴직때처럼 조금 우울해질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기저귀를 완전히 뗐다!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자,가 나의 육아원칙이라 배변훈련도 서두르지 않았다.

말을 다 알아듣고 자기가 스스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곧 하겠지 하며 기다렸다.

어린이집에서 기저귀를 하는 마지막 3명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무렵, 

갑자기 기저귀 말고 팬티를 입겠다는게 아닌가.

낮에도 밤에도 말이다. 쉬야도 응가도 한꺼번에 말이다.

들은 이야기는 많아서 응가 기저귀를 떼고, 그 다음 낮 쉬야 기저귀, 그다음 밤기저귀를 뗀다더라

 밤기저귀 떼는데는 생각보다 오래걸린다더라 등등

순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팬티를 입었다.

그러고도 계속 실수를 했다. 바지를 적시고 밤마다 이불을 빨았다. 실수하는 자기가 싫은지 또 한동안은 기저귀만 하겠다고 했다. 괜찮다고 아무리 말해줘도 실수할까봐 불안하다고했다.

그랬는데 격리하면서 집에 계속 있으면서는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다. 밤에도 나를 깨워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했다.

쉬야하고싶다고 말하고, 화장실 불을 켜고, 발판을 변기로 옮긴다음 발판에 올라서서 바지와 속옷을 벗고, 쉬야를 하고 휴지를 두장 뜯어서 뒤처리까지하고 물을 내리고 나온다.

다른사람의 쉬야와 응가를 이렇게 응원할 수가 있나.

그게 뭐라고 아주 대견하고 이쁘고 다 큰 것같고 그렇다.

이렇게 격리에 좋은점도 있지만. 얼른 출근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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