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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 Jan 12. 2023

day4. 아이의 말

#4일차

작년 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출산과 육아이후 감정의 골이 깊어진 남편과 나와의 관계 회복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남편과 아이간의 관계였다.

나의 1년 육아휴직이 끝나는 시점에 남편도 1년 육아휴직을 썼다.

내가 육아휴직이었던 동안 남편의 매일같은 야근이 너무 힘들었다. 매일매일 독박육아에 모든 하루가 끝나면 들어오는 남편이 미웠다. 회사에서 야근하는 것도 분명 힘들었겠지만 나도 '회사에서 힘들었겠구나' 그 한마디가 나오지 않을 만큼 힘들었다.

그래서 남편은 그 힘듦을 느끼게 하기 싫어서(힘듦이 결국 나를 향한 미움이 될테니까)

육아휴직하는 동안 최대한 야근도 하지않고 저녁육아를 도맡아 했다.

밥도 먹이고 목욕도 시키고 잠도 내가 재웠다.

내가 재우는 동안 남편은 게임을 하라고 내보내줬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게 독이었다.

내가 육아휴직했을 떄와는 다르게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녔다.

아이에게 여전히 주 양육자는 엄마였고, 아빠는 낮시간을 함께 보내주는 사람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남편도 일하는 것 보다 훨씬 수월하다고 했다. 남편과 아이가 지지고볶을 시간을 내가 주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분명 힘들지만 쌓이는 것이 있다. 밥을 같이먹고 잠을 같이자면서 드는 정은 무시할 수없다.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었지만 아이와의 유대관계가 흐트러지지 않은 건 잠을 재우는 사람이 나였기 때문이었을거라 생각한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면 딸바보 아빠가 될 줄 알았다. 아이도 아빠만 찾을 줄 알았다.

그런데 둘만의 시간이 모자랐는지, 아니면 내가 여전히 주양육자처럼 굴었는지

아이는 엄마만 찾았다. 더더욱 엄마 껌딱지가 되었다.

그럴수록 나는 남편에게 아이랑 좀 잘 지내보라며, 아이랑 잘 놀아줘야한다며, 아이가 뭘 원하는지 잘 관찰하라며 잔소리만 해댔다. 우리사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남편과 아이사이도 좁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 남편이 복직하고, 남편도 나도 같이 일을하며 육아를 했다.

지난 12월은 내가 많이 바빴다. 남편과 아이가 저녁시간을 많이 보냈다. 아이가 잠이들고 집에 들어온 날도 수차례 있었다.

내가 없어도 밥도 잘 먹이고 잘 씻기고 잠도 잘 재우는 남편이었다.

그렇게 둘이 붙어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남편이 아이 40개월만에 '육아가 주는 힘듦보다 아이가 이쁘다는걸 처음 알았어'라는 말을 했다.

아이도 '아빠 사랑해요, 아빠 이제 좋아요, 나는 아빠가 좋아요'라는 말을 했다.

요즘은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나면 아이가 현관으로 '아빠다~!!'하면서 달려나간다.

내가 원하던 부녀의 모습이다. 

내가 더 잘해보려고 했던 그 시간들이 남편과 아이에게는 서로 정을 붙일 시간을 뻈았던건 아닐까.

나도 힘들고 다들 힘들었던 그런 시간.

지나고 나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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