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을 것 같던 비도 결국은 멈추더라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진 날이었다.
덕분에 땅은 좀처럼 마를 틈이 없었고,
회사 창에 비친 나의 모습은 우울에 잠식되어 있었다.
날씨는 마치 내 기분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우울한거야?"
나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지만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우울이란 감정은 불청객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평화로운 하루를 잘 살아내다가도
어느샌가 스스로를 잡아먹고 있다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나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반복되는 하루.
챗바퀴 돌 듯 출근하고, 점심을 먹고, 업무를 보다 퇴근을 한다
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 것이었을까
끊임없이 나에게 되묻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하늘은 마치 비가 온 걸 감추기라도 하듯
평소보다 더 환하게 개어 있었다.
"오늘 고생했으니, 일찍 퇴근해"
익숙한 오후, 익숙한 자리.
하지만 그 말은 왠지 낯설게 다정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조금 이르게 로그아웃을 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매번 발 디딜 틈 없이 꽉 끼어있던 몸이
조금은 숨을 쉬고 있었다.
여유로운 지하철 속 환한 웃음소리,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모든 게 다 좋았다.
어느 무엇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고 싶었다.
"그래, 내가 원한 건 이런 여유로운 일상이지"
그제서야, 지금껏 놓치고 있던 게 떠올랐다.
지하철에서 내려,
소란스런 머릿속을 잠시 외면하고
익숙한 길 대신 처음 걷는 길로 향했다.
귀에 늘 꽂혀 있던 에어팟을 빼고
온전히 주변 소리를 들었다
파릇파릇한 나무들,
그 사이를 가르며 힘차게 달리는 열차,
넓게 펼쳐진 논,
새파란 도화지에 하얀색 물감이 흩뿌려진 것처럼
하늘 가득 펼쳐져 있던 구름까지.
무엇 하나 놓칠 게 없었다.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비를 가득 머금은 채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처럼
잿빛 색을 띠던 나의 감정이
비가 온 후 무지개가 뜬 것처럼
조금씩 맑게 개어가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불행이 찾아오듯
행복도 때때로,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다.
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치지 않을 것 같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금빛으로 물든다
그렇게, 오늘
하늘이 내게 가르쳐준 건 다름 아닌 '기다림'이었다.
행복은, 언제나 조용히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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