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저래도 나는 나인걸
퇴근길 붐비는 지하철을 피하고 싶다는 핑계로
복작복작한 서점에 들어와 발견한 책
제목을 보자마자 한치에 고민 없이 손에 쥐었다
“모순” 요즘 들어 나에게 보여지는 모습이자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내 모습을 담은 단어,
그 단어가 제목인 책이라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치니 마주한 문장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첫 장 첫 문장만 읽었을 뿐인데
무수히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맞다 행복하려고 애썼다
남의 불행은 생각도 않고, 내 행복만 좇기 바빴다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었다
우울이라는 감정이 나를 잡아먹을 때 나만 이런 건가
나 자신을 자책하기 바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매 순간 행복하길 바랐던 걸까
행복했던 날들에 대한 기억은 금방 휘발되어버리고,
우울한 날들은 매번 새로운 기억으로 채워진다
차곡차곡 참아두었던 감정들은
비를 가득 머금어 금방이라도 쏟아질듯한 먹구름처럼 위태롭다
이러다 모든 걸 놔버리면 어쩌지 두렵다
이렇게 힘들 만큼 난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난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까
끊임없이 고민하다 잠을 못 이루는 밤이 반복된다
요즘들어 난 “행복하지만 행복하지 않아” 이 문장 그대로 살고 있다
정말 모순이다 행복해야 하는데 왜 행복하지 않지?
행복한 일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실망을 한다
또다시 나에게 기대를 했다가 불쑥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이 나오면
나를 또 책망한다 이런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은 지친다
왜 나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모순에 나온 한 문장으로 난 또다시 생각이 깊어져 밤을 지새운다
이런 내 모습이 싫지만
뭐 어째 이래도 저래도 나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