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다시 잡는 글
이곳에 글을 남기고 한 동안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오지 않은 이유에는 수많은 것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허리 디스크가 도졌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이 통증을 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매일 강아지 산책 겸 조깅을 하고, 헬스장을 가고, 최대한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하고, 굽히거나 숙이는 행동도 늘 신경 쓰며 자제했었다. 그런데 이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통증이 시작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전에 엄마가 허리 협착증으로 끙끙거릴 때도, 동료 교사가 허리 디스크가 터졌다거나 수술을 했다는 모험담을 들려줄 때에도, 허리가 아파봤자 얼마나.. 이런 모자란 생각을 했던 나였는데, 내가 당사자가 되고 나니 이건 정말이지 인생의 낙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기분이다. 앉아있어도 아프고, 서있어도 아프고, 그나마 괜찮은 건 옆에 거대한 인형을 대고 기대 눕는 것인데 사람이 누워만 있을 수는 없는지라..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계속 욱신욱신거리는 걸 어떻게든 완화시키려고 자리를 이리저리 바꾸어보고 있다. 허리가 아플 때, 의사들이 하는 말은 다 똑같다.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라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나는 더더욱 갸우뚱했다. 무리가 된다고 해서 그 좋아하던 홈트도 그만두었고, 헬스 기구를 할 때에도 허리에 무리가 가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고 스트레칭에 허리 근력 운동에 재활 영상들 찾아보면서 짬날 때마다 따라 하기까지! 솔직히 말해서 하라는 건 다 하고 있다. 그런데 대체 여기서 뭘 더 운동을 하라는 건지.
암튼 나는 겨울 여행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그런데 딱 며칠을 앞두고 또다시 병원의 물리치료실에 드러누워버렸다. 의사 선생님은 이전에 찍은 사진과 진료 기록을 보시더니 이 정도면 척추분리증이 거의 확실하다며 한마디로 디스크가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무거운 거 들지 말기, 눌리지 말기, 숙이지 말기, 굽히는 운동 하지 말기 등등하지 말라는 얘기를 주구장창 듣고 치료실에 누워있자니 그냥 헛웃음이 나왔다. 다 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인데?? 거기다가 정말 망설임 끝에 나는 추가적인 질문을 하나 했었다. 잠잘 때 남편에게 눌리면 정말 으헉 소리가 절로 나는데 이런 것도 이유가 되나요? 했더니 남편의 몸무게를 들은 의사는 눈을 세상 동그랗게 뜨면서 [영향이 없지는.. 않겠죠?] 하면서 뭔가 측은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셨는데, 이런 부분을 백 번 말해도 분명 남편은 미안해.. 하고 말 것이다. 정말 본인의 건강.. 아니 이후에 허리 붙잡고 제대로 보행도 못 하는 아내를 보고 싶지 않거든 좀 이 심각성을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편들.. 정말 아내들 위해서는 지나친 비만이 되어선 안 됩니다. 자신의 풍채를 자랑스럽게 여기질 말길..
나의 여행은 온통 절뚝이 여행이었다. 어딜 가나 절뚝절뚝. 해변 모래사장 걷는 걸 참 좋아하는데 푹푹 파이는 모래 위를 걷기란, 지금의 내겐 불가능했다. 지금 내 나이가 딱 40인데.. 난 대체 50대 60대에 걸어 다니고 여행이라는 걸 할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몰아쳤다. 그날 이후로 나는 계단도(진짜 난 요즘 세상에서 계단이 제일 싫다..) 한 발씩 아주 조심조심 거북이처럼 오르내리고 언덕을 내려갈 때는 벽이라도 붙잡고 내려오고, 아이들 가르치느라 오래 앉아있고 나면 벌떡 일어날 수가 없다. 정말 인간의 몸에서 허리가 얼마나 중대한 역할을 하는지 확실히 알았다. 엄살 하나 보태지 않고 말하는데 아무리 해보려고 해도 아. 무. 것. 도. 할. 수. 없. 다. 이렇게 저렇게 허리를 움직이고 최대한 허리 근육을 크게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활동하려고는 하나, 만원 지하철만큼은 이 노력이 정말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밀려드는 인파를 버티지 않으면 안 되니까.. 간혹 자리에 앉아보시겠다고 마구 밀치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냥 자리 양보해 드릴 테니 그렇게 뒤에서 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고작 1시간도 앉아서 글 쓰는 것도 고역이라서, 삶의 즐거움이 없었다. 끙끙거리면서 집에 도착한 내가 어느 날은 혼자 우리 강아지 앞에서 그야말로 폭풍 오열을 하였는데 그때 내 모습이 많이 짠했는지 그날 이후로 요 작은 몸의 강아지는 나랑 단 둘이 있을 시에 늘 내 옆에 꼭 붙어있는다. 친정 가족에게 말을 하기도 그렇고, 정말 오랜 친구 하나한테만 종종 하소연을 해보곤 했다. 대체 디스크 중증인 분들은 어찌 생활을 하시는 걸까.. 정말 감히 그 불편함이 상상도 되지 않는다. 나의 결혼 생활의 글은 온통 핑크빛에 좋은 이야기들로만 쓰고 싶었는데 이제 정말 제대로 진행이 되고 있는 듯 한 이놈의 디스크로 인해서 처음으로 먹색의 글이 올라온다. 잠시 뒤면 난 다시 일하러 가야 하는데 과연 얼마나 또 아픈 걸 참고 가야 할지 벌써부터 까마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