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육아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리 Jun 11. 2023

맘카페에 시어머니 있다.

첫 임신과 출산과 육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신기하게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지만 1년만 지나도 금방 잊어먹는다. 

'아 그랬었나? 벌써 잊어먹었어~'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멀리서 보면 본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 같지만 가까이에서 직접 겪어보면 굉장히 다르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조차 뭐가 맞고 틀렸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옳은 정보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 노력들 중에는, 육아도서, 유튜브, 초록창 검색, 맘카페 검색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 초록 검생창에서 검색을 하다 보면 맘카페의 글들을 많이 보게 되기 때문에 두 개는 이어져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정말 별게 다 궁금했다. 

분유 탈 때 몇 스푼을 넣는지 잊어먹었는데 먹이고 보니 한 스푼을 더 넣었던 거 같아서 가슴이 철렁했었다.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남편이 수유를 했는데 아기가 평소와 다르게 걸쭉한 우유를 먹는 것처럼 쩝쩝거리고 칭얼거렸다고 하니 더욱더 걱정이 되었다. 걱정이 되어 마음은 전전긍긍한데 엄마는 이미 기억도 안 날 거 같은 일이고 이미 아기를 키운 친구들은 별일 아니라고 하는데도 마음이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 맘카페에서 '분유 한 스푼 더' 이런 식으로 검색해 보면 신기하게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나온다. 나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얻고, 그래서 괜찮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서칭 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 당시에는 커다랗고 불안한 질문들이지만 지나고 보면 사소한 이런 질문들에 댓글들에 더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있다.


뭐 예를 들면, 모유수유가 힘들어 분유로 갈아타는 게 괜찮을지 검색해 보면 그래도 모유가 최고다 자신은 36개월까지 모유를 먹었다. 등등, 모유를 끝까지 먹인 자신을 찬양하며 분유를 찾아보는 나를 돌려 까기 하는 느낌이랄까?

이유식 시즌에 손수 만들다가 아이가 집어던지고 안 먹으니 자꾸 화가 나서 시판을 먹여도 될까 검색해 봤더니 이유식은 직접 만들여 먹여야 한다. 시판 믿을 수 있냐. 등등의 대단한 엄마들의 댓글이 많았다.


사실,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불안했고 작은 실수라도 해서 아기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웠던 전전긍긍 했던 마음에 그랬었다.

누구나 불안할 때가 있지 않나? 나에겐 처음 엄마가 됐을 때가 그랬다. 위의 답글들은 틀린 답글들이 아니고(사실은 진짜 대단한 분들이다) 어쩌면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나의 마음에 와닿지 않는 댓글들이었을 뿐이다.


그러다, 갑자기 깨달음이 왔다.

맘카페는 무엇인가? 모든 맘들이 모여있는 카페다. 즉, 나와 마음이 맞는 내 친구들과 같은 맘도, 남편의 엄마인 시어머니들도 들어올 수 있는 모두의 맘카페라는 사실 말이다.

힘든 육아. 굳이 온라인 시어머니를 여러 명 만들어 또 눈치 볼 필요가 있을까.

맘카페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지금도 들어가서 많은 정보들을 얻는다. (엄마들은 정말 대단하다)

그곳에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 좋은 사람들이 아니듯이 온라인에서도 얼굴만 보이지 않았지 동일하다는 것을 나는 얼마 전에야 깨달았다.


임신, 출산, 육아. 

인생의 큰 흐름이 바뀌고 모든 것이 바뀌는 이때가 내 인생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다 가장 바닥이었던 때였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말 하나에도 흔들리고 휘둘렸었다.

지금도 누군가는 나처럼 흔들리고 있을까 봐 글을 쓴다.


맘카페에 시어머니도 있다. 수많은 맘들이 있는 카페니 나와 맘 맞는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만 골라서 받아들이길.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이미 잘하고 있고 지금의 혼란도 다 지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몽글몽글 육아일기 프롤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