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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Jul 24. 2022

치과 면접에서 키와 몸무게를 물어보네?

취업스토리 두 번째, 면접을 보다.

 아침 일찍 고속버스를 타고 경기도로 올라왔다. 면접을 보기로 한 곳은 2곳. 경기도와 서울.

첫 번째 면접은 경기도에서 1시. 처음 면접을 볼 때 두근거림이 생각난다. 치과의 대기실은 엄청 넓었고 환자들이 많았고 모두들 바빴다. 면접을 보러 왔다고 하니 인상이 선하신 실장님이 원장님에게 안내해 주셨다. 완벽하게 치과의사처럼 생긴 원장님은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보며 이것저것 질문을 했고, 뭐라고 대답했는지 잘 기억도 안 나지만 30분 정도를 열심히 면접을 봤다. 그러고 나서 실장님 면접, 실장님이 너무 인상이 좋아서 꼭 일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을 했었다. 월급이 130만 원에 수습기간이 지나면 주 5일이고 밥도 주고, 기숙사까지 제공해주며 실장님까지 친절했으니 간절할만했다.(내가 원래 있던 지역에서는 월급이 90만 원 담합이라는 오해를 갖고 있었고, 주 5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면접을 다 보고 나니, 면접비까지 챙겨주셔서 인상이 더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총 면접시간이 거의 1시간은 걸린 것 같다.

 두 번째 치과는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치과였고, 면접시간은 5시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야 하는데 타기는 제대로 탔었다. 하지만 아뿔싸. 순환버스라는 걸 몰랐다. 그날따라 버스에 방송이 나오지 않아 버스가 서울역을 돌 때 우와 건물도 크고 넓다며 감탄하다가 다시 돌아온 줄도 모르고 한 시간 가까이 타고 있다가 뒤늦게 알게 됐다. 놀라기도 하고 면접에 늦을까 걱정도 고 어쩌지 고민하다가 다시 버스를 타도 어디서 내릴지 모를 것 같아 버스 노선도를 열심히 보다가 근처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다시 택시를 타고 깜깜해질 무렵에 두 번째 면접 장소로 갔다.

가는 길에 택시기사 아저씨가 그 치과가 굉장히 좋다며, 오래됐고, 본인도 다니신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하셔서 기대가 됐다. 그런데 어두울 때 도착해서 그런지 지금 기억에 남은 이미지는 치과에 가는 길에 길가에 놓여있던 쓰레기와 2층 계단을 올라가야 했던 작은 입구가 기억에 남아있다.

어쨌든, 면접을 보러 올라갔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나오셨다. 아주머니라고 표현한 이유는 유니폼을 입지 않았고 누가 봐도 진료를 보는 사람은 아니었다. 면접을 보는 곳으로 가서 앉았는데 그분이 다짜고짜 했던 질문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키랑 몸무게가 몇이야?'

얼떨결에 대답을 했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이 더 가관.

'원장님이 뚱뚱한 걸 싫어하셔'

나는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의아했다. 내가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는 전혀 보지 않고 치과와 1도 관련이 없는 아주머니가 와서 키와 몸무게를 물어보고는 합격했다고 한다.

월급은 첫 번째 치과보다 10만 원 더 많이 주는 140만 원이라고 하고 분기별로 인센티브도 많이 준다는 말과 아파트 40평짜리 기숙사를 준단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원장이 잠깐 얼굴을 비추더니 '애들 인센티브 줬어?' 이런 말을 하고 지나갔다. 알고 보니 이 아주머니는 치과에서 경영실장 정도의 위치를 담당하고 있는 원장의 누나였다. 피해야 할 치과가 있다면 가족 치과는 피해야 한다는 말이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리고 원장님은 저 때 흘깃 보고 면접이 끝날 때까지 못 봤다.

집으로 가려고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첫 번째 치과에서 출근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나는 너무나 바보같이 '부모님과 상의해보고 전화드릴게요'라고 이야기를 했다. 면접 볼 때 그렇게 강하게 어필해 놓고 막상 합격하니 덜컥 가겠다는 말이 안 나와서 부모님 이야기를 했고 실장님은 면접 때와 다른 내 태도에 당황했지만 다행히 시간을 주셨다.

집으로 오는 버스 안, 너무 심난했다. 돈과 기숙사와 치과의 위치로 보면 서울에 있는 치과가 좋아 보였지만 키와 몸무게만 물어보고 합격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첫 치과에서는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보고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키와 몸무게만으로 합격이라니? 그럼 살찌면 잘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심난했지만 성급히 결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결정한 곳은 월급은 10만 원 적고 경기도였지만 규모가 커 보이고 키와 몸무게를 신경 쓰지 않고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보고 나를 뽑아주었던 첫 번째 치과! 배울게 더 많을 것 같았고 실장님의 인상이 너무 좋아서 선택하게 되었다.

지금 시간이 지나고 보면 두고 볼 것도 없이 첫 번째인데 뭘 고민했나 싶다. 나중에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우연히 친구가 내가 면접을 봤던 두 번째 치과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환자랑 소리 지르면서 싸우고 친구한테 험한 말도 하는 곳이라는 말을 듣고 안 가길 잘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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