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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Aug 06. 2022

치과 코디네이터 강사가 되다!

치과위생사로서 경험해 본 직업

일에 한참 흥미가 붙어 열정이 과다하게 넘치는 사회인이 되었다. 재미가 붙으니 다양한 일로 나의 커리어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인터넷에서 강의를 찾아서 들으며 주말에도 공부를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번은 치과에서 우리 치과 출신의 강사를 초빙해 전 직원을 교육을 시켜주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열정이 넘쳤던 친구들과 함께 그 강사에게 컨택을 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했고 그 강사분은 우리에게 배우는 김에 전문 강사 코스를 안내해 주셨다.

강사 코스는 10년 전인 당시에 600만 원.

3명이니 인당 200만 원씩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당시 월급이 200만 원이 한참 안 되는 수준이었으니 상당히 고가였다. 그래도 열정이 넘쳤던 우리는 반나절을 고민한 끝에 하기로 한다.

수업은 매주 주말에 4시간씩 두 달 동안 진행됐다. 수업 내용은 환자를 대하는 방법부터 실무적인 방법 등을 다양하게 배웠다. 우리는 열심히 했고 강의 주제를 선별해 직접 강의안을 만들고 발표를 하며 해 나갔다.

강사 시험 당일, 옷까지 사 입고 강사 시험을 보러 갔는데 강사 시험을 봐주시는 분은 우리를 가르쳐 주셨던 강사님 한분. 대표님이시라는 분은 골프옷을 입고 잘 보라고 하고 강의장을 나가셨다. 

시험을 보는 우리 3명과 심사위원은 우리를 가르쳐 주신 강사님 한분. 이렇게 시험을 보았고 우리는 합격해 강사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첫 강의 제안이 들어왔다. 고등학생 3학년 학생 전부인 350명가량을 상대로 한 큰 규모의 강의였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눈앞이 하얘지고 손이 떨렸다. 3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고 생각하니 당장 조퇴하고 집에 가야 하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며 손을 덜덜 떨며 진료를 했다.

그 떨림이 지나가고 나니 드는 생각. 강의 주제는 뭘로 해야 하나?

우리가 배웠던 거는 실제 치과에서 근무하는데 도움이 되는 주제 위주였는데,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무엇을 강의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강사의 시작은 일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식과 경험을 얻고 싶어서였는데 강의 시작은 고등학생들을 위한 거라 혼란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준비한 게 강사 시험을 볼 때 준비했던 마인드 강의와 입시 면접 강의.

입시 면접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이 있던 것은 아니라 미친 듯이 공부하고 자료 조사를 하며 강의안을 만들어 머리가 2~3주를 하얗게 불태우며 준비하고 외웠다.


강의 당일. 긴장되는 마음으로 강사다운 복장과 구두를 신고 학교 강당으로 가 강의를 했고, 시간을 넘기는 실수를 범하며, 우윳빛깔!!이라는 응원도 받고 강의를 무사히 마쳤다.

강사비는 2시간에 15만 원으로 꽤 쏠쏠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얼마 후 들어온 강의는 대학교에서 하는 코디네이터 강의였다. 무려 8시간 강의였고 이때 위기가 찾아왔다. 코디네이터 강의에 대한 강의안도 무엇도 없던 나는 강의를 대충 엉망으로 했다. 내가 왜 코디네이터 강의를 해야 하나 라는 현타가 찾아왔다.

내가 배운 교육은 치과 실무위주에 관한 교육이었고, 강사 시험은 마인드 강의로 됐는데 어떤 걸 교육해야 되는지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다시 보니 내가 들은 교육 코스 안내가 코디네이터 강사 되기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치과 강사인 줄 알았는데 코디네이터 강사였다. 그런데 나는 왜 코디네이터 전문 강의안이나 실질적인 이런 자료들이 없었을까?


어쨌든 강의를 끝내고 있으니 다음에 또 강의 제안이 들어왔다. 일주일 내내 하는 지방대학 강의였는데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나는 못한다고 포기했다.

한 번의 거절로 강의 제안은 끊겼고, 강의했던 급여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하늘 같게 느껴지던 강사님이라 말 한마디 못했고 사실 지금도 못했다.


지금은 국비과정이 되어 많이 저렴해진 가격으로 이런 강의들을 들을 수 있다. 당시에는 이런 교육을 하는 곳이 있는지 잘 몰라 과외식으로 받아 고가로 받았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치과 강사에 대한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시초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어쨌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강의를 몇 번 해보니 이런 강의들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치과진료에 도움이 되는 실무 강의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강의를 원했다. 또는 강사 시험을 준비했던 마인드 강의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코디네이터 강의는 아니었다. 

해보니 미련은 없었지만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하고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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