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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Aug 06. 2022

네트워크 치과에 취업하다.

에라 잇 돈이나 많이 벌자

병원 경영컨설팅팀에서 호되게 당한 후 1~2달을 쉬다 보니 다시 일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다. 애초에 일을 좋아해서 열정이 넘쳐서 더 열심히 해보려다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매일 취업 사이트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위해 계속 일해야 하나? 누구에게 꼭 인정받아야 하나?라는 생각.


당시 네트워크에 치과에 대한 갑론을박이 활발했고 매일 뉴스에 도배가 나는 상황이었지만 확실한 거는 내가 일한 만큼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열정 페이에 지친 나는 '그래, 내가 얼마나 벌 수 있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네트워크 치과에 지원했다. 이력서를 넣고 바로 면접을 보러 가서 당당하게 나는 여기서 일할 거요!라는 어투로 면접을 봐서 실장님을 당황하게 했다. 

결과는 합격! 


첫 출근 후, 냉담한 직원들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다. 마치 신입 치과위생사가 된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뭘 물어볼 수 조차 없게 퉁명스러웠던 데스크 직원과 같이 일을 해야 했던 직원들.

나중에 들어보니 신입 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내 기를 죽인다고 그렇게 했다고 6개월이 지난 후 이야기해주더라. 하지만 나는 신입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 콧방귀를 뀌며 실력으로 붙어보자고 이를 갈았다.

환자를 봐야 하는데 차트를 주지 않아서 머쓱하게 할 일이 없는 상황.

환자를 끌어오려고 밖에 나가 칫솔을 돌리라고 했다. 오케이. 좋다.

이런 건 일도 아니다. 나는 전단지도 잘 돌리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 이런 건 부끄럽지도 않다. 하도 열심히 돌리러 다니니 나중에는 실장님이 '너 나가서 노는 거 아니야?'라고 하시길래 같이 나가자고 했더니 안 나가시더라.


매일 환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칫솔 마케팅도 하고 한번 상담받은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랬더니 소개에 소개가 오고 환자들의 신뢰가 쌓이며 환자들은 늘어났다.


그런데 이 치과는 일반적으로 내가 알고 있던 네트워크 치과와는 달랐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네트워크 치과는 치위생사 위주로 돌아가고 상담을 잘해서 진료를 많이 보면 볼수록 급여를 받는 형식이었다. 

치위생사가 갑(?)이 되어 일할 줄 알았던 나의 기대는 출근 첫날 처참히 무너졌다. 이 치과의 원장님은 젊고 일을 아주 잘하시는 거침없는 스타일의 원장님이었다.

직원들에게 반말은 기본이었고 성격도 엄청 급하시며,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진료하는 일반 치과와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나는 다시 그냥 직원이었다. 다만, 환자를 내가 스스로 끌어와야 하는 직원. 혼자서 실장과 직원의 역할을 다해내야 하는 직원.

 네트워크 치과라고 해서 갔는데 일만 늘어났지 진료 보는 건 하나도 다를 게 없었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네트워크 치과라고 욕을 먹는 이유는 의사가 주가 아니라 직원이 주가 되어 진료를 한다는 것과 실력 없는 의사들의 실력이 도마 위에 올랐었는데 여기는 원장님의 실력은 워낙 좋았고 네트워크 치과 특성상 가격은 저렴해 양심을 팔아야 할 일은 없었다. 

환자가 늘어나니 실장님도 나에게 환자를 주기 시작했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했다. 그러면서도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지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고 급여도 점점 올라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그런데, 너무 힘들었다.

이건 등에 빨대가 꽂혀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로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덧 1년이 지났고 체력이 떨어져 여기저기 아픈 데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이라 고민을 시작됐다. 


내가 원하는 상황이 이게 맞나?

돈을 많이 버는데 왜 행복하지 않지?


그런데 나를 믿고 다니는 환자들이 마음에 걸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도 원장님은 계속 남아계시니 괜찮을 거라 위로하며 생각을 다 잡았다. (환자분들에게 일일이 다 인사하며 마무리를 했다.)


많은 고민을 한 끝에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기를 결정했다.

좋은 선배가 되고, 후배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배울 수 있는 좋은 원장님과 같이 오래 일할 치과를 찾자.라는 결정.

그리고 퇴사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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