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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Aug 07. 2022

회사 계약직으로 취업해 정직원 제안을 받기까지

우연히 발견한 일주일 계약직 공고.

회사라는 호기심과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혹해 여행경비나 벌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하게 됐다. 일주일이니 간단한 업무 위주일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간 이 회사에서 나는 1년을 일하게 되었고, 정직원 제안을 받게 된다.

시작은 복사&붙여 넣기처럼 간단한 업무 지시였다. 간단하고 단순한 업무가 어렵지는 않지만 지루하기는 했었다. 어느새 일주일이 되었고 일주일은 다시 한 달이 되었다.

간단한 업무로 시작했던 일은 어느새 점점 깊이 있는 쪽으로 변해갔다. 내가 맡은 일은 치과보험청구 프로그램을 만드는 업무에서 치과보험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이 부분의 담당자를 찾기까지 어쩌다 임시 담당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작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었다.

애초에 회사에서 팀장님이 찾는 사람이 존재할 리 없었고 존재한다고 해도 찾기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개발자의 시선으로 치과보험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나는 10년을 넘게 일하면서도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애초에 일주일 계약직 직원이 계속할 일은 아니었으니 계속해서 사람을 구했고, 치과보험에 지식이 있고 지금까지 일을 담당했던 나는 면접관으로 참여를 해 면접을 보았다.

계약직인 내가 면접관이 되다니.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 마음보다는 내 일을 대신할 누군가가 절실했다. 우리 팀의 팀장님은 좋으신 분이었지만 일에 있어서는 0.1도 용납하지 않았고 1+1=2라는 간단한 진리까지도 근거를 찾아내라는 개발자 다운 깐깐한 분이셨다.

간절한 마음으로 면접을 보길 여러 번, 결국에는 못 찾았다. 일주일은 한 달이 되었고 한 달은 3달이 되었고 다시 6개월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니 한 치 앞도 안보이던 이 말도 안 되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이 어느새 가닥을 잡혀가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치과보험청구프로그램을 만드는 팀에서 치과보험 쪽을 담당하는 담당자가 되었다. 계약직이었지만 시작한 일에는 열정을 쏟아붓는 스타일이어서 난생처음 머리에서 뜨끈뜨끈 열이 날 때까지 일해보는 특별한 경험을 해 보았다.

퇴사할 무렵에는 완성도를 90% 이상 높이고 퇴사했었고, 퇴사 시기에는 정직원 제안을 받기도 했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정직원은 못됐지만, 꿈꾸어보던 생활을 해보았다는 기분과 일주일 계약직이 정직원 제안을 받기까지의 인정받았음에 감사한다.


치과에서 일할 때의 나는 열정이 넘치고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원장님들이 쉬엄쉬엄 하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그렇게 열심히 하면 지쳐~라고 말씀하시면서. 아무래도 내가 부담스럽지 않았나 싶다.

치과는 팀으로 굴러가기 때문에 모두가 같이 일하는 구조이다. 나만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다 같이 잘해야 하며 한 명이 무슨 일이 생기거나 실수가 생기면 나머지 직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촘촘한 구조이기 때문에 내 일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내 일을 다 마치고도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주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욕을 먹는 게 치과다.


반면, 회사 생활은 달랐다. 큰 비전을 정하고 그 비전을 따라 일을 했고, 팀으로 굴러가지만 맡은 바 일만 잘하면 다른 뒷말이 나오지 않았다. 각자 전문 분야가 있으니 내 일을 다 했다고 다른 사람의 일을 짊어져야 하지도, 내가 못했다고 엄청난 피해가 가지도 않았다. 물론, 백 프로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치과에 비해서 그 밀도가 낮은 편이었다.


이런 경험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평소에도 비전을 정해 무언가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스타일과 과도하게 일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내 스타일은 어떻게 보면 회사와 어울리는 특징이었던 것이다.

치과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시기에 기다리던 아기가 찾아온 이 시기에 나는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출산 후에 다시 회사에서 연락이 왔지만 육아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제안을 거절해야 했을 때의 아쉬움이 아직도 생각난다. 퇴사 후 언젠가 취업지원 프로그램 같은 곳에서 적성검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전 직장에 대한 나의 만족도가 100프로였다는 사실을 보고 나에게 얼마나 맞는 곳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었다.


만약에 치과에서 일을 하는데 치과생활이 내 열정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조금 더 넓게 직업의 범위를 보기를 바란다. 여러 경험을 해 보아도 치과는 돌아올 수 있다. 계약직이든 아니든 일단 도전을 해 보기를 추천한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으므로.




그런데 구직 정보들은 어디서 봐요? 

덴탈잡 http://www.dentaljob.co.kr/ : 서울, 경기권 치과에 취업할 때 가장 유용하게 봤던 사이트

치과위생사 협회 https://www.kdha.or.kr/ : 보건소 계약직부터 치과까지 다양한 분야의 취업정보가 있다.

널스잡 https://www.nursejob.co.kr/

사람인 https://www.saramin.co.kr/zf_user/ : 치과 이외에 다양한 분야에 지원하고 싶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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