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돈이....
사람들에게 눈뜨고 코 베이는 순간을 바로 코앞에서 겪게 되는 순간이 바로 치과 상담실에 앉아 있는 순간이다. 특히 어린 연차에 상담을 하게 되거나 어리숙해 보이는 순간 당할 수 있다.
대부분은 좋은 분들이 많다.
그런데 간혹 말꼬리를 잡고,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우기며 마구잡이로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돈에 관련된 부분이 많다.
상담실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환자 본인의 차트에 기록하고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 상담실에서 둘이 이야기했던 내용 중 차트에 적혀 있지 않은 내용들로 꼬투리 잡으며 돈을 못 내겠다는 사람들.
치료 다 끝나면 수납을 한다고 했다가 마지막 날까지 돈을 준비해 오지 않고 결국엔 안내는 사람들.
당시의 원장님은 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고 언젠가는 다시 오게 된다며 그럴 수 있다고 했지만, 당시의 나는 이 모든 게 내 잘못 같았다.
마구잡이로 우겨 돈을 못 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나, 무조건 깎아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화내는 어른들을 보며 어렸던 나는 질렸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내 돈이 아니고 원장님 돈이다. 환자들은 그 정도 해 줄 수 있으면서 왜 그러냐는 식이었다. 아파서 예민해지는 상황은 백번 양보할 수 있었지만 이런 억지들은 받아주기 어려웠다.
결국 박박 우겨서 원장님까지 가게 되면 원장님은 그냥 해줘라~라고 했고 내가 피해를 끼친 거 같아서 밥도 안 넘어가고 우울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성장했고 이제는 모든 가능성을 다 염두해서 설명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게 상담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문제가 생겨도 해결하는 노하우와 융통성도 생겼다.
상담이 어려운 이유는 이런 모든 상황들을 활자로만 배울 수 없고 실제로 사람과 부딪쳐 배워야 하며 이 과정에서 실수가 생기면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까지 내 돈도 아닌 원장님 돈을 손해 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기분이 상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도 어려웠다.
환자들을 끊어내지 않으면서 기분 상하지 않게 적절하게 대처하기.
더 좋은 것은 애초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상담을 잘하는 것이다.
아픈 환자들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돈에 관해 얼굴 붉히지 않고 문제가 생기지 않게 상담하며 진료도 잘해야 하는 치과위생사.
나의 직업이지만 지금도 현장에 있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