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라는 태풍이 한반도를 덮쳤다. 각종 언론에서도 초강력 태풍이라며 각별히 주의를 당부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온통 진흙 물바다로 변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가까스로 2명은 구조되었지만, 7명은 심정지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중 구조된 엄마가 있었고, 엄마의 껌딱지인 15살 아들은 세상을 떠났다. 위 대화 내용은 차를 빼러 나간 엄마와 그 뒤를 따라나선 아들이 급박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 내용이다. 정말이지 하늘이 무너질 일이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귀하디 귀한 아들을 잃은 그 엄마의 심정을 헤아리자니 숨이 막혀왔다. 그 사건 이후로 지하 주차장에 내려갈 일이 생기면 그 주변을 죽 둘러보며 그들이 겪었을 공포를 온몸으로 느끼곤 한다. 몹시도 춥고 싸늘하다.
모르겠다. 이러한 기억들이 언제까지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또 점차 희미해져 갈지. 그리고 아예 사라져 버릴지. 그 누군가는 이런 얘기를 했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들어라.”라고. 물론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이왕이면 기분 좋은 것들만 접하는 게 긍정적인 마음가짐에도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리 녹록지 않은 세상 속에서의 포장된 삶의모습들!그래서 난 유독 아픔과 고통, 소외 등 그늘진 세상 속으로 시선이 향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누구나 다 살기 좋은 세상에서 좋은 기억들만 품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고, 또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기억의 온도』라는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챕터 1은 내 삶의 따뜻했던 기억들이 지금의 나에게 전하는 것들, 챕터 2는 내 삶의 열정적인 기억들이 지금의 나에게 전하는 것들, 챕터 3은 내 삶의 싸늘했던 기억들이 지금의 나에게 전하는 것들, 챕터 4는 내 삶의 추웠던 기억들이 지금의 나에게 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솔직 담백하게 서술했다. 사실, ‘기억’이라는 것은 우리네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따뜻했던 기억들은 내 삶의 이유가 될 수 있고, 열정적이었던 기억들은 내 삶의 힘이 될 수 있고, 싸늘했던 기억들은 내 삶의 깊이를 더해 줄 수 있고, 추웠던 기억들은 내 삶의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내 삶의 기억들, 그 기억의 온도들은 나만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닌 누구나 다 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 평범한 우리네 삶의 얘기들로 꽉 채워져 있다. 따라서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고, 나아가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하는 안도감과 함께 위로와 위안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각 기억의 온도에서 공감할 수 있었던 작가, 철학자들의 날카로운 명언들도 함께 실려 있어 한층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