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거리 좀 두자고요

자칫, 나 하나로 인해...

by 김미영

어느 토요일 오후, 전화기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푸념 섞인 한 마디는 이랬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왜 일어나야 하는지 모르겠어.”


나도 그랬다.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일어나 남편의 출근 준비를 도와주고, 곧바로 이어지는 두 녀석의 등교 준비! 난 아이들이 행여나 학교에 지각할까 싶어 온 집안을 휘젓고 돌아다니면서 준비물이며 물통, 교복, 양말, 가방 등을 챙기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와중에 아이들의 아침 컨디션에 따라 짜증날만 한 일들은 곧바로 엄마인 나의 탓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런 전쟁 같았던 아침 풍경이 지금은 없다.



마스크1.jpg

폭풍 전야라고나 할까? 지금 우리 집은 너무도 조용하다. 아이들은 이 시국에 학교 갈 이유가 없으니 그다지 부지런을 떨 필요도 없고, 짜증 낼 필요도 없다. 그냥 각자의 방에서 편안하게 지낼 뿐이다. 물론 학원만 갔다가 바로 집에 들어온다. 그러니까 가족들의 평일 모든 활동은 거의 집에서만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곧바로 퇴근해서 들어오는 남편, 집에서의 술자리 마련, 영화 볼륨 크게 듣기, 아이들 세 끼 밥 먹기, 간식 먹기, 친구들과 그룹 게임하기, 친구들과 SNS 대화하기, 냉장고 뒤지기, 숙제하기, 운동 대신 나름대로 몸 풀기 등등.


그런데 평일은 그렇다 치고 주말에도 거의 집과 착 달라붙어있는 가족들이 떡 버티고 있기에 난 하루도, 아니 1시간조차도 마음 편히 쉴 수가 없단다. 지난해 12월 겨울방학을 시작으로 4월 중순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나에게 허락된 진정한 자유는 화장실 안? 그래서 화장실도 더러우면 안 되는 거다. 여하튼 그나마 평일에 누려왔던 쥐꼬리만큼의 자유조차도 지금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내 마음은 폭풍 전야를 방불케 하는, 언제라도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한편 바깥세상에는 벚꽃, 개나리, 진달래 등 봄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꽃들이 오색빛깔을 뿜어내며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가끔 우리 가족은, 아니 한 녀석은 제외다. 그 무시무시한 중2 사내 녀석은 사춘기라나 뭐라나 혼자 방안에 콕 틀어박혀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다 보니 가족이 아닌 것 같다. 솔직히 무섭다. 여하튼 그 녀석만 빼고 세 식구는 주말을 이용해 드라이브 겸 영양 보충하러 가끔 나갔다 오는데 거리가 온통 꽃들의 축제로 입이 떡 벌어지곤 한다. 물론 입에 마스크가 씌워져 있어서 상대방의 표정을 볼 수가 없으니 즐거운지 우울한지 그 어찌 알겠는가!


사실 코로나 19 바이러스 발생지인 중국의 우한이 언론에 보도될 무렵만 해도 우리의 일상은 예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아는 지인들과 카페에서 수다도 떨고, 밤이 되면 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한 곡 멋들어지게 부르곤 했었으니까. 게다가 마스크는 무슨 마스크! 황사가 무지 심한 날도 고스란히 얼굴 드러내며 당당하게 돌아다니던 나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집단 감염을 시작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지금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순간순간 화가 났다. 적어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벌이기 전에는 몰라서, 알아도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양심을 팔아먹었다 치지만, 지금은 아니다. 모든 것이 꽉 막힌 상황 속에서 다 같이 살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또다시 집단 바이러스라니... 적어도 난, 아니 우리 가족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얘기가 나온 이후로 거리두기 실천을 철저하게 지켜나가고 있다. 물론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몰래 벚꽃 구경도 가고 싶고, 지인들과 수다도 떨고 싶지만 그에 앞서 이 숨 막히는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제 답답한 마스크 벗어던지고 서로 얼굴 마주 보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아름다운 꽃들도 누군가 SNS를 통해 보내준 사진이 아닌 직접 가서 감상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열심히 뛸 수 있는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사춘기 엄마 처방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