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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비 Apr 27. 2024

당신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평일 새벽 첫 차

벌써 1년 전 이야기로 되어가고 있는 그 때의 여름 일본 여행을 기억하고 있으니 곧 봄이 오고 곧 여름이 오고 곧... 곧... 그 사이에서 아무튼 어떻게든 여행을 또 궁리하고 있을 모습이 얼마 남지 않고 있음이 느껴진다. (하하. 이미 비행기 예약을 저지른 상태다)


시간이 좀 천천히 흘러갔으면 좋겠는데 기대하는 것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좋겠고 그래서 그 '것'들과 동시에 같이 지내고 있으면 다시 천천히 흘러갔으면 좋겠다. 이기적인 생각이다. 나의 이십 대 청춘의 마지막 년도로 주어진 이 잊지 못할 2024년을 살고 있다면 이기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게 2024년이 내려졌다. 의미 부여 의미 부여 의미 부여.... 안할 수가 없다.


지나는 줄도 모르고 지나져버린 그간의 스물 아홉 해들은 그렇다 치고 이 기분은.... 참 설명할 수가 없다. 굳이 설명을 해보자면은 그 어떤 해보다 이번만큼은 뭔가 중요하게 느껴진다는 것. 허투루 보내는 날들은 강박적으로라도 줄여야겠다는 것. 뭐라도 하나 쯤은 꾸준히 하고 있는게 있어야 되겠다는 것... 올 한 해는 그런 의미에서 새삼 기대가 되기도 한다.


참 그리고 요즘 감히 드는 생각이 하나 있는데.. 다들 똑같이 생각하는 것들에서 최대한 다르게 보려고 해보는, 그러니까 타인들이 그렇게 보든 저렇게 보든 이렇게 보든 좋게 보든 밉게 보든, 이러한 내가 어떻게 관할할 수 없는 것들을 과감히 놔버리고 나 하고 싶은대로 나에게 초점을 더 비추고 생각해보려고 하는... 요즘이다. 비슷한 것들을 따라하고 있는 것들을 보는게 불편해져버렸다. 거슬리고 웃기고 괴롭다. 동시에 나한테 그런 것들이 보여서. 아무튼.


올 해 중반 쯤. 그리고 말 쯤... 나는 어떤 상황일까. 기대를 하고 있다는 건 뭔가 꾸리고 있다는 것 이니까. 기대할 만한 것이 있어서 좋다. 정말 좋은데 동시에 불안하기도 하다. 당연한거겠지.




평일 새벽에 나와 새벽 공기를 마시며 아직 몇몇의 사람들이 드문드문 출근을 하기 위해 나와있는 그 시간. 첫 차를 타고 공항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무진장 변태적으로 좋아한다(?). 시퍼런 채도와 시퍼런 시간과 시퍼런 공기 시퍼런 침묵. 사람들은 저 아파트 빌라 안에서 아마도 아직 잠들어있을테고 그 중에서 지금 나와있는 사람들은 출근하러 가는 길일 것이며 그 중에서 또 나와있는 나는 글글글글 듣기 좋진 않은 거친 소리를 내며 캐리어로 아스팔트를 끌고 다닌다. 누가 봐도 공항에 가는 티를 내고 있다. 야속하게도 기분이 아주 말랑해진다. 아주 말랑해져있다. ‘모든 것을 환영합니다!’ 모든 것을 필요 이상으로, 누구는 쟤 왜저래 하고 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만큼 모든 것을 흡수하고 싶어하고 표현하고 싶어해 죽겠는 감상적 상태 모드다.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열심히 시동을 준비하고 있을 때. 그 때 창 밖을 보고 있으면 손을 흔들어주고 있는(이름도 직업도 잘 모르지만) 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바로 이 사랑스러운 광경을 보고 있는 순간이 정말 좋다. 눈물 나게 좋다. 누군지도 모르는 창 밖 너머 타인에게 받는 이 배웅의 장면이 이렇게까지 아련해지고 좋다고 마구 표현해보인다. 점점 고개를 옆으로 90도 꺾어질 때까지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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