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한창 '미라클 모닝'이 난리 더니, 또 요즘은 좀 잠잠한 것 같다. 나의 SNS 계정에도 미라클 모닝의 인증샷이 심심찮게 올라오곤 했다. 새벽 5시, 아니면 6시 몇 분이 찍혀있는 사진들을 보며 나는 항상 의아했다.
'미라클 모닝'은 있는데
왜 '미라클 나잇'은 없어?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저마다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며, 아침 일찍 일어나 영어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자기 계발을 했다. 그렇게 사는 게 옳은 방향인 것 마냥. 나는 '아침형 인간'이 '좋은 인간'의 표준이라도 된 것 같아, 내심 불편했다. 성공한 기업가들의 사례를 들며, 아침형 인간에 대한 찬사가 끊이질 않더니, 파르르 끓는 냄비가 식어가듯, 아침형 인간에 대한 유행은 쏙 들어갔다.
그리고 아침형 인간은 '미라클 모닝'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찾아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인간들에 대한 찬사가 두 번이나 찾아올 동안, 밤에 활동하는 올빼미들은 왜 한 번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밤에 작업을 하고 엄청난 작품을 내놓는데, 왜 그들의 올빼미 생활은 아무도 눈여겨 봐주지 않냔 말이야. 왜, 성공한 기업가만 비추냐 이 말이지. 사실 그 사람들 나이 들어서 잠이 없는 거 아니야?
나는 지독한 저녁형 인간이다. 아니지, ‘밤’형 인간.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고 세상의 모든 소리와 움직임들이 둔해질 때, 내 모든 정신과 생각들은 더욱 또렷해지고 선명해진다.
밤의 고요와 낮의 고요는 결이 달라서, 밤의 고요만이 갖는 성질이 있다. 조금 더 차분하고 무겁게 가라앉은 고요. 나는 그 고요가 주는 침묵이 이상하게 좋았다. 그 침묵 속에 있으면 하루내 붕 떠있던 마음마저 착 가라앉아 안정을 가져다준다.
그 안정은 나의 또 다른 감각을 깨운다. 빛을 보면 불안했던 마음이 어둠을 만나 안정을 찾고, 나의 뇌세포는 온 세상이 어두운 새벽 시간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늘 집중할 일이 있으면 밤을 이용했다. 깨어있는 나의 감각들을 온전히 쏟아부은 후, 동이 터올 무렵 잠들면, 세상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나는 세상이 너무 이른 시간에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등교시간 8시, 출근시간 9시. 너무 이른 거 아닌가? 흔히들 말하는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사회가 시작되면 좋으련만. 그럼 조금 더 긴 시간, 나의 밤을 즐긴 후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여전히 밤을 이용해 공부하고, 생각하고, 보고, 듣고, 읽고, 쓴다. 그리고 여전히 나의 온전한 자유는 열두 시가 넘어서 시작된다. 저녁형 인간, 미라클 나잇이 유행한다면 내 경험을 비추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텐데. 새벽 세 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캡처하고, 그 시간에 무언가를 기록한다면 나는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 그 유행이 오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