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나는 지독하게 게으른 집순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딱 먹고 살 정도만 움직인다. 코로나 시국에 딱 맞는 인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나에게, 캠핑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캠핑을 하려면 집을 만들어야 하고, 요리도 해 먹어야 하며, 푹신한 침대 대신 땅바닥에 누워서 자야한다. 이 모든 말 앞에 '굳이'를 붙여야했다. '굳이' 텐트를 치고, '굳이' 요리를 해먹고, '굳이' 땅바닥에서 잠을 잔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면 돈 조금 더 보태서 호텔에 가는 게 낫지 않나? 호텔의 푹신한 침대에서 늘어지게 뒹굴거리다가 음식이나 시켜먹는 그게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런데 주위에서 자꾸만 캠핑을 간다는 소리가 들린다. 심지어 갔다온 사람들은 다 너무 좋다고 말한다. 도대체 왜 좋을까? 누릴 수 있는 편의가 곳곳에 널려 있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는걸까.
한창 궁금하던 찰나, 선누와 붑이 캠핑을 가자고 했다. 게으르긴 하지만 호기심은 또 많아서, 캠핑을 가자는 말에 나도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그래, 가보자!
선뜻 대답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나는 진짜 할 줄 아는 게 없었거든. 운전도 못하고, 캠핑 장비도 없고, 요리도 못하는 내가 이 캠핑에 참가해도 될까? 선누와 붑이 고생해서 나를 데려가 줬는데, 생각보다 캠핑이 별로면 어떡하지? 더운 햇볕 아래서 텐트를 치다가, 혹은 내리는 비를 맞으며 밥을 먹다가 집을 그리워하게 된다면?
하지만 내 걱정과 달리 캠핑은 재밌었다. 나의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왜 좋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캠핑장에서의 하루는 여느날과는 달랐다. 되게 단순하고, 정직하고, 올곧았다.
캠핑은 하루의 액기스 같았다. 우리의 하루에 붙은 쓸데없는 것들, 예를들면 인스타그램 알림, 옆집에서 들려오는 말소리, 하루종일 켜져 있는 조명 같은 것들을 탈탈 털어내고 나면, 조금은 단순한 하루가 남게 된다. 캠핑은 그런 하루였다. 단순하지만 꼭 필요한 것들만 남은 시간들.
그런 단순한 하루 안에서 우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내리쬐는 뙤약볕 밑에서 열심히 텐트를 만들면 어느샌가 집다운 모양을 한 텐트가 솟아나고, 밥을 먹기 위해서는 불부터 피운 후 타지않게 조심히 고기를 굽는다.
쓸데없는 것에 정신을 팔지 않으니, 눈앞에 놓인 시간들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된다. 우리는 셋이 모여 텐트를 치고, 의자를 펴고,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고, 와인을 마시고, 음악을 들었다. 데크위에 있는 그날의 임시 보금자리에서 참으로 알차게 먹고 자고 놀았다.
그렇게 뜨겁던 햇빛이 지평선 밑으로 내려가니, 순식간에 온도가 훅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주위에 불빛이 없으니 깊은 밤중에 있는 것 같았다. 열두시도 안 된 시각, 평소 같았으면 한창 깨어있을 때였지만 그 날은 잠이 몰려왔다. 이튿날은 동이 터오는 걸 온 몸으로 느꼈다. 새벽 다섯시가 되자 주위가 밝아지더니, 점점 따뜻해지기 시작하더라. 시간의 흐름이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었다.
이렇듯, 캠핑은 나의 하루를 참으로 단순하게 만들어준다. 복잡하지 않아서 좋았다. 내 눈앞에 들이닥친 일만 해결하면 되었으니까. 모처럼 마음이 참 편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직접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고싶다. 캠핑은 '굳이'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 날이 추워지면 다시 캠핑을 와서 장작불에 구황작물을 구워먹자고 말했는데. 친구들이 다시 한 번 좋은 마음씨를 베풀어 나를 데려가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