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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킴 Nov 15. 2021

콘텐츠 카피라이팅의 ‘비밀’

비밀을 활용하는 방법

비밀의 아이러니


비밀. 사전적 의미는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 또는 '밝혀지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비밀스럽다는 형용사도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무엇인가를 숨기고 감추려는 기색이 있다.'


결국, 어떤 일이 비밀로 남기 위해서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비밀'이라는 이름을 달고 마주하는 것들은 비밀이 아닌 경우가 많다. 비밀이 스스로 '비밀'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게 되는 이상 그건 더 이상 비밀이 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알려져야만 하는 비밀


콘텐츠 카피라이팅을 할 때, 흔하게 쓰는 단어는 '비밀'이다. 매출을 두 배 상승시키는 마케팅의 비밀, 클릭률을 높이는 콘텐츠의 비밀, 요즘 뜨고 있는 브랜드의 비밀. 단어의 원래의 뜻은 숨기는 데 있지만, 카피라이팅을 할 때는 그 반대다. 비밀은 최대한 은밀하고 조심스러운 뉘앙스를 풍기며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된다.


콘텐츠 카피라이팅에 있어서 '비밀'이라는 단어는 '방법', '전략' 등의 단어와 치환할 수 있다. 매출을 두 배 상승시키는 마케팅의 방법, 클릭률을 높이는 콘텐츠 전략, 요즘 뜨고 있는 브랜드의 전략. 하지만 이렇게 적으면 무언가 심심하다. 이럴 때, 문장의 화룡점정을 위해 비밀이 필요하다. 문장 끝의 '비밀'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왠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같고, 나만 아는 것 같고, 내가 먼저 알고 싶은 심리가 생겨난다.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클릭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일 것이다.


카피라이팅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비밀의 임무는 끝났다. 이제는 비밀 따위 없을 정도로 탈탈 털어야 한다. 마케팅의 비밀, 클릭률의 비밀, 브랜드의 비밀이 무엇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털어놓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그 정보를 신뢰하기 시작한다. 정보의 양이 많고 깊이가 깊어질수록 '오, 이렇게까지 알려준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진심으로 내가 어떤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알리고 싶은 것을 반드시 숨겨야 하는 것으로 포장할 때, 우리는 그 이상한 아이러니를 느끼며 콘텐츠를 더 매력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비밀은 없다


사실 콘텐츠 카피라이팅 혹은 마케팅에 있어서 비밀은 있을 수가 없다. 두 가지 모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우리 제품은, 우리 서비스는, 우리 브랜드는, 우리 콘텐츠는 나만 아는 비밀이 아니라 모두가 알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제품이, 서비스가, 브랜드가, 콘텐츠가 너무 많다. 우리 좀 봐주세요!라고 외치기 시작한 후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브랜드 혹은 서비스들을 3초에 한 번씩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큰 목소리 대신 작은 속삭임을 활용한다. 그리고 그 속삭임의 메시지를 가장 잘 담고 있는 포장지가 바로 '비밀'이다. 너한테만 알려줄게. 너한테만. 화자는 나, 청자는 당신. 그 이외의 것들이 침범하지 못하게 테두리를 그려버리면 나도 모르게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


그래서 우리는 비밀을 활용하게 된다. 너한테만 알려준다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거리게 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아니까.


근데 이제는 너무 식상하지 않냐고? 글쎄. 아직 '비밀'만 한 게 없을 걸. 다 알면서도 매번 속는 마법의 단어니까. 오늘도 속아 넘어간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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