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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킴 Dec 13. 2021

하루 종일 돈 생각뿐이야

고달프다 고달파 현대사회

울리는 진동소리에 눈을 뜬다. 왜 자고 일어나도 피로가 안 풀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별 수 있나. 돈 벌려면 출근을 해야지. 친구들의 단체 대화방에 메시지를 보낸다. 와, 피곤해 죽겠다. 그럼 저마다 한 마디씩 보탠다. 진짜 죽을 것 같음. 아, 퇴근하고 싶다. 서로의 푸념과 하소연의 원인은 다 다르지만, 이 고달픈 투정의 결론은 같은 궤를 달리고 있다. 남의 돈 벌어먹기 참 힘들다는 것.


갑자기 또다시 채팅방이 시끌시끌하다. 오늘 삼성전자 미쳤다. 카카오 왜 저래. 네이버 힘내자. 대부분은 주식 이야기다. 내 주식창을 슬쩍 열어본다. 하, 신이시여. 셀트리온 좀 구해주세요. 주식으로 혹은 코인으로 부자 되었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구전설화처럼 들려오는 이야기들의 현실성이 아득히 멀어진다. 눈앞에 있는 근로소득이나 열심히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시간 때 동료들끼리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간다. 이번에 전세 만기라서 집 알아보고 있어요. 대출 풀로 해서 집 장만하려고요. 서울 집값 너무 비싸요. 요즘 부동산은 보금자리의 개념보다는 자산으로서의 개념이 더 크다. 대출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할 수 있는지, 금리는 어느 정도 되는지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집의 구조가 어떤지, 빛은 잘 드는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 계산기를 두드려 적당한 숫자가 나오면 무조건 사야 한다. 내 계산기에 적당한 숫자는 언제쯤 나오려나. 이번 생엔 가능하려나. 입안에 있는 밥알이 괜히 텁텁하다.


퇴근하고서도 돈 생각은 끊이질 않는다. 곧 있으면 잘 시간이지만 미국 장이 열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상한가/하한가가 없는 스펙타클한 증시를 보고 있으면 자본주의의 아찔함이 저절로 느껴진다. 엘론 머스크는 한줄기 빛과 같은 구세주였다가, 입방정 떠는 천하의 몹쓸 놈이 되기도 한다. 구세주에서 몹쓸 놈으로 변하는 시간이 채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는 게 코미디가 따로 없다. 붉은색과 푸른색을 오가던 그래프를 바라만 보다가 이내 핸드폰을 끈다. 자고 일어나면 내 계좌 양수였으면 좋겠다고 바라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다.


이처럼 나는 눈 뜰 때부터 눈 감을 때까지 돈 생각을 한다. 




감사하게도 좋은 부모님을 만나 물질적 부족함이 없이 자랐다. 학원비를 내는 일이, 등록금을 내는 일이, 자취방 월세를 내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은 줄 알았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면 적당히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처음 일을 시작하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의 아연했던 감정이 생각난다. 아니, 이 돈을 도대체 누구 코에 붙이라고..? 직접 돈을 벌기 전까지, 이렇게 돈을 벌기 힘들 줄 몰랐다. 아빠, 엄마처럼 사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정말로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었던 거다.




"아빠는 어떻게 회사를 30년이나 다녔대요?"

"돈 벌어서 니랑 동생 먹이고 키울라고 참고 다녔지."

"대단해 진짜."




지나가는 말처럼 덧붙인 마지막 말은 그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돈을 번다는 건, 그리고 번 돈을 누군가를 위해 쓴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걸, 이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도 이리저리 재지 않고 누군가를 위해 돈을 써보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펑펑 돈을 쓰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눈 뜰 때부터 눈 감을 때까지 돈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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