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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킴 Jan 24. 2022

네가 있어서 좋은 걸

친구라는 건

1. 오래된 친구


아빠에겐 알고 지낸 지 30년도 훌쩍 넘은 친한 친구가 있다. 나는 그 친구분을 '삼촌'이라고 부르는데, 아빠는 30년이 넘도록 삼촌을 정말 꾸준히 만나고 있다. 


어렸던 내 눈엔, 아빠와 삼촌의 사이가 그저 멋있게만 보였다. 그들은 20년 지기 친구였다. 무려 20년. 그땐 숫자가 크면 무조건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5년 지기의 내 친구보다 20년 지기의 아빠와 삼촌의 관계가 훨씬 대단해 보였던 거다. 


누구나 그렇듯, 어린 나도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며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곤 했다. 우정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 관계라고 생각했고, 친구들과 계속 우정을 쌓아간다면 아빠 나이쯤 되면 자연스레 20년 지기, 30년 지기 친구들이 생기는 거라 믿었다. 마치 아빠와 삼촌처럼 말이다. 


아쉽게도 어린날의 그 약속들은 대부분 무용해졌다. 희미해진 맹세들이 하나둘씩 늘어갈수록, 나는 20년 지기 친구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 관계의 유지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은 비슷해 보이지만 아주 다르고, 그 다름을 이해하지 못해 서로 상처를 준다. 어쨌거나 서로를 이해하고, 꾸준히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인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아빠와 삼촌의 관계를 보며 부러움과 동시에 대단함이 느껴진다. 


돈독한 오랜 친구가 있다는 것, 그건 꽤 성공한 인생인 것 같다.




2. 마음 맞는 친구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에서 이효리가 노홍철과 비를 보며 언제 그렇게 친해졌냐 묻는다. 그들은 40이 넘어서 친해졌다고 한다. 그러자 이효리는 '40 넘어서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귄다는 게 쉽지 않잖아.'라고 말한다. 


사실 20대 후반이 된 지금, 40이란 숫자 대신 내 나이를 넣어봐도 위화감이 없는 문장이 만들어진다. 사실 여태껏 아주 운이 좋게도, 마음 맞는 친구들이 내 인생에 불쑥불쑥 나타나 주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지금, 마음 맞는 친구를 찾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일하다가 그런 친구를 발견할 수는 있지만, 정말 드물기 때문이다.


지금 곁에 있는 친구들을 잘 챙기면 되지 않나? 싶다가도, 여전히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싶다.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는 탐험가처럼 새로운 친구를 만나 관계를 쌓는다는 건 설레고 재밌는 일이니까.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고, 그 사람과 내가 마음 맞는 친구가 된다는 건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 되었으니 이제는 내가 좀 더 노력할 수밖에.




3. 부끄럽지 않은 친구


운이 좋게도 내 친구들은 정말 착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하다. 가만 보면 내가 제일 못됐고, 게으르다. 내가 그나마 인간답게, 나름 착하게, 때론 부지런하게 살고 있는 건 전적으로 다 내 친구들 때문이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나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사람이 내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 친구들은 다들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올바른 행동, 올바른 생각으로 나에게 끊임없이 좋은 자극을 주니까 말이다. 


어딘가로 이직을 했다더라, 무슨 프로젝트를 한다더라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다짐한다. 아,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그들이 부럽고 내가 못나 보이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생각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부끄러운 친구는 되지 말아야지 싶어서, 먼 훗날 내가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고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친구'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많으니 내 친구들에게도 내가 '좋은 친구'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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