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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킴 Feb 07. 2022

하기 싫은 일을 한다는 것

미련 혹은 끈기

생각해보면 하기싫은 일 투성이다. 출근 하기 싫고, 밥 먹기도 싫고, 운동하기도 싫다. 그리고 지금은 글 쓰기가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은 유혹을 이겨내가며 하기 싫은 일들을 해낸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건강해야 하니까, 그리고 벌금을 내긴 싫으니까.


하기 싫으면 하지마


엄마가 하는 잔소리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우리 엄마는 유독 이 말을 자주했던 것 같다. 하기 싫으면 하지마. (자매품으로는 '먹기 싫으면 먹지마'가 있다.) 어릴 땐 그 말이 무섭게 들리기도 했다. 하기 싫은 일 앞에서 뚱해 있는 내게,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는 소리는 '하기 싫다고 진짜 안 할 거니?'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는 정말로 개의치 않고 그 말을 했다.


"하기 싫으면 하지마. 다른 거 해."


나는 언제부턴가, 그 말이 화를 내는 말도 아니고 정말로 문자 그대로를 뜻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줄곧 그렇게 살았다. 하기싫은 건 하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걸 했다.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일


하지만 세상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유퀴즈에 나온 박진영(JYP)이 말했다. 하기 싫은 걸 꾸준히 해야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고. 그는 무대에 올라가 가벼운 몸으로 춤을 추기 위해 그는 절식하고 매일 운동한다. 그래야만 만족스런 무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머릿속 셈이 빠른 편이었다. 하기 싫은 일이 눈 앞에 있을 때, 내가 이 일을 해서 얻는 이득과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손해를 저울질 해본다. 운동 하기가 죽어도 싫지만, 하지 않으면 허리가 아프고, 그렇게 아프다보면 병원 신세를 지게 될 테고, 결국엔 운동하는 비용보다 허리디스크 수술 비용이 수십배는 많이 들거다. 그렇다보니 운동을 하는 수밖에. 수술비용 몇천만원보단 나으니까.



끈기와 미련


하지만 때론 그런 셈법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도 그런 부류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벌금을 내니까 하기 싫어도 글을 써야한다. 그러면 꽤나 정직한 계산법 아닌가 싶지만 정말로 글 쓰는게 싫었다면 글쓰기 모임 자체를 그만두었을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글을 쓰는건 순전히 나를 위해서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고, 그렇다면 꾸준히 써야하고, 그래서 벌금의 힘을 빌려서라도 글을 쓴다. '더 나은 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하기 싫은 일'은 나의 머릿속 공식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간다. 사람들은 이걸 좋은말로 끈기라고 부르더라.


그러나 그 저울질을 너무 모호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해낸다. 뚜렷한 목적도 이유도 없이 그저 더 나은 미래가 찾아오겠거니 생각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한다. 그러다보면 그 일은 나를 좀먹고 괴롭히고 학대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쁜말로 이걸 미련이라고 부르더라.


결국 끈기와 미련은 한끗 차이였던 것이다. 


앞으로도 미련과 끈기의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열심히 줄타기를 해야겠지. 나의 계산은 종종 틀릴 것이고 답이 정해져있지 않는 경우도 많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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