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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킴 May 23. 2022

휴식은 온전히 어딘가에 집중하는 힘이다.

<휴식>

휴식.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 퇴사의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어쩌면 다른 건 전부 핑계고 결국은 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을 때가 있었다. 휴식이랍시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만 들락날락하던 주말, 도파민 중독처럼 자꾸만 새로운 것, 자극적인 것을 원했고, 10분짜리 영상 하나 보는 데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영상을 보는 중간에도 인스타그램에 접속했다. 다 보고 나면 내가 뭘 봤는지 잘 모르겠다. 머릿속을 스쳐간 영상과 이미지들은 스쳐가는 즉시 휘발될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피드만 무한 새로고침하는데 엄지로 스크롤을 한 번 내릴 때마다 체력이 쑥쑥 깎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체력과 맞바꾼 무언가가 남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체력도 없고 정신도 혼란해서 주말이 지나면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했다. 


매번 이런 주말이 반복됐다. 이런 내 모습에 회의감을 느껴 핸드폰을 내려두기로 해보지만, 내려두고 나니 무얼 해야할 지 모르겠다. 방 안이 지나치게 고요하다. 마치 나를 집어삼킬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다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을 다시 집어들고 크게 노래를 재생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주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새로운 것을 봐도 새롭지 않았고, 쉴 때도 쉬는 느낌이 없었다. 주말을 휴식을 위해 쓰고 있었지만 진정한 휴식이 있었나, 언제나 의문만 남았다.


그렇다면 내가 언제 '쉰다'는 느낌이 들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여행지에서였다. 여행지에서는 매 순간에 집중했다.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 꼬불꼬불한 골목길, 맛있는 음식, 새로운 향의 술. 거리엔 온통 처음보는 새로운 것들이었고, 처음과 새로움이 주는 묘한 긴장감이 나를 들뜨게 했다. 하루종일 무언가를 하고 숙소에 돌아오면 몸은 녹초가 됐지만 머릿속은 깔끔했다. 그게 어쩌면 진정한 휴식인지도 모르겠다. 


퇴사를 하고 나서 깨달은 건, 다리가 무겁도록 러닝을 해도 '쉰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핸드폰을 내려놓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방을 닦으며 집을 가꾸는 게 훨씬 개운했다.

잘 쉬려면 몰입하고 집중하는 힘이 필요하다. 내가 자꾸만 주의를 흩뜨리는 무언가를 찾았던 이유는 무언가에 집중할 힘이 없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집중할 힘이 없으니 가볍게 보고 넘길만한 것들만 찾았고, 그러다보니 내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질 좋은 휴식은 몰입과 집중에서 온다. 거창한 결과물이 없어도 된다. 무작정 뛰거나, 열심히 청소를 하거나, 영화 한 편에 집중을 하거나, 책을 한 챕터 읽거나. 집중을 하면 반드시 무언가 남는다. 휴식에 가장 필요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어딘가에 '집중'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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