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진킴 Mar 06. 2023

오로지 생존을 위한

<운동>

우리 몸은 참 간사하다. 적당한 영양분만 공급해 주면 그럭저럭 살아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기껏 쌓은 에너지를 사용해 힘들게 근육 단련까지 시켜줘야 한다. 참으로 가성비 떨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마음먹고 운동을 하려 해도 잘못했다간 몸이 고장나버리고 만다. 운동이란 건 여간 어려운 퀘스트가 아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움직이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밖에서 뛰어노는 대신 집 안에서 블럭을 조립하거나, 퍼즐을 맞추거나, 책을 보거나, 만화를 봤다. 학교 수업시간 중엔 체육시간이 제일 싫었다. 차라리 비가 왔으면 했다. 그러면 운동장에 나갈 일은 없을 테니까. 고작 쉬는 시간 10분을 이용해 공을 차러 나가는 친구들이 정말 이해가 되질 않았다. 심장이 쿵쾅대고 몸에 땀이 나는 느낌이 정말 싫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으니 운동을 안 했다. 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운동은 내 우선순위 저 밖에 있었다. 당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남들보다 덜 움직여도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거든.


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앉아 있다 보니 어느 순간 허리가 아파왔다. 허리가 너무 아파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종종 서서 일하기도 했다.


그때 깨달았다. 체력이 부족하면 제대로 앉아 있을 수도 없구나. 결국은 체력을 먼저 길러야 하구나. 몸이 이 정도로 망가진 걸 고통으로 깨닫고 나자 당장 운동을 시작했다. 오로지 생존을 위한 운동이었다.


내가 선택한 건 요가였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도 싫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도 싫고, 물속에 있는 것도 싫었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조용히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요가가 딱이었다.


일주일에 고작 세 번, 합쳐서 세 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는 착실하게 몸을 움직였다. 처음엔 동작 한 번 할 때마다 뼈마디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나는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몸을 뻗었고, 견뎠고, 또 호흡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단단히 경직되어 있던 근육들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뻣뻣한 각목 그 자체였던 내가 할 수 있는 동작들이 조금씩 많아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언제부턴가 퇴근할 때까지 앉아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았다. 이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나는 요가를 하며 내 몸에 대해 알아갔다. 어디서 어떻게 힘을 줘야 하는지, 어떤 근육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게 됐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필라테스와 PT를 배웠고, 이제는 집에서 간단한 도구로 혼자서도 몸을 움직일 줄 알게 됐다.



이 정도 했으면 운동에 재미를 들일만도 한데, 아직도 운동은 어렵기만 하다. 우리 몸이 운동 없이 평생 건강하게 유지되는 개체였다면, 아마 나는 운동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언젠간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체력이 모자라서 할 수 없게 된다면 너무 아쉬우니까, 허리가 아파서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걷지도 못하게 된다면 너무 끔찍하니까 꾸역꾸역 몸을 움직인다. 하찮은 몸뚱이가 오래오래 잘 굴러가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평생의 숙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