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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부분 Mar 06. 2023

평생의 숙제

<운동>

 평생에 걸쳐 해야 할 것 같은 숙제들이 있다. 이들은 매 해의 1월을 맞이하며 적어내리는 올해의 목표 리스트에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영어 공부하기나 책 몇 권 이상 읽기, 필요없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하기, 그리고 일 주일에 세 번은 운동하기 같은 것들이다. 이미 하고 있더라도 꾸준히 혹은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들이다. 그 중 운동하기는, 거의 매년 한 번도 빠짐없이 손에 꼽았던 다짐이었다.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운동이 있던 것도 당장 운동이 필요한 몸 상태인 것도 아니었지만 왜인지 알 수 없는 위기감이 가장 큰 동기였다. 


 작심삼일이라도 매 해 같은 다짐을 하다 보니 꽤 다양한 운동을 접할 수 있었다. 검도, 축구, 수영, 달리기, 탁구, 배드민턴, 방송댄스, 요가, 헬스, 클라이밍, 스쿼시, 다이빙, 필라테스 등등.. 각각의 매력이 넘치고 한 분야에서 깊게 파고들자면 끝도 없는 경지가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꾸준하게 했던 운동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름의 지속성으로 이 운동, 저 운동을 하며 시간을 조금 더 풍요롭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을 하다 보니  조급한 마음과 여유 없음은 부족한 체력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제한된 시간 안에 해야 하는 일들이 있고 그런 일들을 해내지 못하는 것은 대체로 몸이 마음을 따라 주지 못해서였다. 물론 밤을 새거나 과도한 업무가 주어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그렇게 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 뻔히 보이면 욕심을 버리기가 어렵다. 잘 모르는 일을 해내고 싶을 때도 그렇다. 언제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될 지 모르니 평소에 미리 체력을 길러 놓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 


 비슷한 맥락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도 운동을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주기적으로 마음이 외롭고 힘들고 지치면, 그래서 우울해지면 운동화를 신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렸다. 어디에 있든 집 밖으로 나가면 달릴 수 있으니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도 않는 일이었다. 가슴이 아프게 숨이 가쁘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양 발바닥과 다리가 소리를 지르면 부정적인 생각이고 나발이고 그냥 머리가 하얘진다. 땀을 쭉 뺀 다음 개운하게 씻으면 그래도 오늘 하루 달리기라도 했다는 작은 뿌듯함이 축 쳐졌던 기분을 조금 낫게 만든다. 피곤한 몸을 접고 늘려 스트레칭을 하면 잠도 잘 오기 때문에, 여러모로 정신 건강에는 운동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여름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발차기부터 시작해 물에 몸을 띄우는 법, 자유형과 배영 평영을 거쳐 지금은 간신히 접영도 할 줄 알게 되었다. 수영을 가는 날에는 평소보다 한 시간 반 정도 일찍 일어난다. 부지런한 사람이 된 기분이다. 주말에는 자유수영을 하러 수영장에 간다. 머리를 비우고 음 파, 음 파 물을 잡고 손을 당기다 보면 몇 바퀴를 훌쩍 돌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중간중간 일이 바쁘거나 늦잠을 자서 수업에 빠지는 날도 있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스스로의 힘으로 꾸준히 하는 운동은 달리기 말고는 처음이다. 수영장에 가면 나이가 아주 많으신 분들이 멋지게 턴을 하고 돌핀킥을 차고 접영을 하는 모습을 왕왕 볼 수 있다. 나도 오래오래 수영을 계속해서, 언젠가 그런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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