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입사를 하고 사회초년생으로 회사를 다닐 때, 부모님은 날 볼 때마다 운동을 좀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와 풀썩 쓰러져 누워있던 나를 보며 한 말이었다. 회사를 퍽 열심히 다니고 있던 때였는데, 나는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염려에 쉽게 알겠다고 대답을 못했다. 나의 생활은 불규칙적이었고,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이 있었으며 그 패턴은 나의 의지로 결정되는 일이 아니었다. 운동은 조금 사치처럼 느껴졌다.
이직을 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런 회사였기 때문에 이직을 한 것도 있었다. 2019년도부터는 회사 바로 옆에 있는 수영장을 등록해 다니기 시작했다. 아침 수영을 다녔는데, 수영이 끝나고 난 뒤 먹는 아보카도 샌드위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생각했다. 수영을 하고 출근을 하니까 처음에는 모니터 앞에서 졸음을 쫓으려 머리를 세게 흔들곤 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수영장이 문을 닫기 전까진 그랬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지나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퇴사를 했고, 친구들과 함께 회사를 차렸다. 시간 운용이 조금 더 자유로워졌고 나의 스케줄은 대부분 나의 컨트롤 안에 있었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몸을 깨우는 의미로 PT를 시작했다. 50번의 PT가 끝날 때쯤엔 팔 굽혀 펴기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있었다. 더 이상 팔이 덜덜 떨리지 않았고, 내 몸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근육이 생긴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뚝딱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지만 꽤 놀라운 일이었다.
PT는 성취감이 있었지만 즐겁진 않았다. 조금 더 재밌는 운동을 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어서 테니스를 시작했다. 레슨을 받기 시작했는데, 고작 10분 치고 나는 숨이 차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분했다. 25분도 연속으로 움직이지 못하다니. 체력을 기르기 위해 테니스에 더해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저녁 시간엔 다른 약속이 생기는 일들이 많으니, 다시 아침 수영 레슨으로 끊었다. 테니스와 수영이 좋은 점은 둘 다 새벽반이 있다는 것이다. 때로 빠지는 때도 왕왕 있으나, 그래도 테니스(주 2회)와 수영(주 3회)을 꾸준히 나가려고 하고 있다. 25m 레인을 자유형 팔만으로 7바퀴 연속으로 돌 수 있어졌고, 테니스는 30분 연속으로 랠리가 가능해졌다. 처음을 생각하면 확실히 늘었다.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프리다이빙을 시작했고(한 달에 1-2회), 겨울이기 때문에 스노보드를 1회 배웠고 스키여행을 다녀왔다. 예쁜 바다를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에 스쿠버다이빙을 고려하고 있고, 다시 겨울이 오면 스노보드를 더 많이 타보고 싶다. 여름이 오면 웨이크보드도 배우러 갈 것이다.
언젠가 몇 년 전 운동을 좀 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던 부모님은 아침마다 핼쑥한 모습으로 힘을 쪽 빼고 들어오는 내 모습을 보면서 헛웃음을 짓는다. 더 이상 운동을 하라곤 안 한다. 친구들은 태릉 갈 것이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라 그저 웃을 수밖에.
그런데 좋은 것은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테니스를 칠 때면 빠르게 다가오는 노란 공만 보이고, 수영을 할 때면 물을 잡는 손바닥 감각에 집중한다. 프리다이빙으로 깊은 수심으로 들어갈 땐 몸 안쪽의 압력을 주시해야 하고, 스키와 보드를 탈 때엔 미끄러지는 방향과 눈의 모양에서 시선을 뗄 수 없다. 쉽게 일상은 저 멀리 던져진다. 머릿속이 비워지는 그 감각이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