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ader
- 이 책을 알게 된 건 영화 때문이었다. 케이트 윈슬렛이 나온다는 영화로만 알고 있었었다.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책장에서 발견하게 되어 읽게 된 책이었다. (원래 빌리려고 했던 책은 못 빌리고)
- 뭐랄까, 자꾸만 생각나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선 주인공들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세월이 훌쩍 지난 후 주인공이 어린날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소설이라 모든 것이 정말 담담하게 조용히 진행된다. 특히나 한나의 감정은 더욱 알기 힘들다. 원래부터 그녀는 비밀스러운 여자였고, 주인공에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 그들의 사랑
한명에겐 첫 사랑, 또 한 명에겐 마지막 사랑. 그들이 보낸 젊은 날, 그리고 마지막의 나날들은 모두 사랑이었다.
- 수치심
나는 이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인간이 타인에게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비춰지려고 하는 아주 근본적 욕구, 그리고 그 기본적 욕구와 동시에 감추고만 싶은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안에 내제되어 있을 때 인간은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는가. 아주 치명적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그녀가 택했던 행동과, 그것이 밖으로 드러났을 때 인간이(그녀가) 느낄 수치심에 대해서 아주 깊게 생각해 보았다.
- 독일과 나치
이 소설의 배경이 1960년대이니 '나치 과거 청산' 이라는 큰 흐름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다. 한나의 "재판장님이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라는 물음은 이 소설전체가 던지는 물음과도 같다. 지금은 나치 과거 청산에 있어서 국가적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쭉 보여주는 독일이지만, 196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에서는 그 부분에 있어서 꽤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과거 나치와 함께 일했던 사람이 전쟁이 끝난 후 잘 살고 있다는 식의 언급을 하며, 자신들의 부모세대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본문 中
" 내가 그녀를 쫓아버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내가 그녀를 배반했다는 사실을 바꾸어놓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유죄였다. 그리고 범죄자를 배반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으므로 내가 유죄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범죄자를 사랑한 까닭에 유죄였다."
그리고 한나. 한나에 대해 '나'가 취한 행동은 사랑이었다. 수치심에 대해서도 그녀의 과거에 대해서도.
나는 소설이든 영화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 좋다. (재밌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 작품은 사랑에 대해서도, 수치심에 대해서도, 나치가 저지른 범죄에 관해서도 깊게 생각하게 한다. 3가지 모두 책 속에 잘 녹아들어 예상치 못하게 나를 툭툭 때리는데, 그 진동이 너무나 짙게 남아 있다.
사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꼭 글을 남겨둬야지 하고 생각했다. 근데 생각보다 쓰기가 너무 힘들었다. 쓰는 내내 불쑥 불쑥 책의 잔상들이 떠올라서 리뷰도 많이 찾아보고 다른 글도 많이 보았다. 참 묘한 소설이다. 꼭 한번 다시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다. 내가 나이가 더 들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더 넓어진다면 한나와 주인공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