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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킴 Aug 23. 2017

성수동, 어니언 카페 (Onion)

양파까듯 벗겨진 공간

사람 많겠지-라고 생각하며 갔는데, 내 생각보다 사람이 더 많아서 정말 당황했다. 핫한 카페인만큼 입구부터 카메라 든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공간이 제법 넓었지만 곳곳에 사람들로 빼곡했다.




이 카페는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니라 베이커리이다. 빵을 만드는 곳, 빵을 파는 곳, 빵을 먹는 곳이 확실하게 분리되어 있다. 위의 두 사진이 빵을 파는 곳 및 카운터 사진이다. 가게의 입구이자 사람들이 들어와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곳, 말하자면 첫인상 같은 것이다. 빵냄새는 향기롭고, 벽의 마감은 강렬하다. (사진 속엔 많이 없어 보이지만)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조명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내가 받은 첫인상은 혼란이었다. 뭐지 이 부산스런 공간은.




이제 빵을 먹는 곳이다. 기왕이면 테이블에 놓고 먹는것이 좋지 않겠는가.


이 공간은 한눈에 봐도 예쁘다. 벽을 보면 꼭 마감을 덜한 것처럼 지저분하지만, 공간안에서 한번도 지저분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감각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누군가를 따라하지 않아 자연스럽고, 곳곳의 묻은 세월의 흔적이 분위기를 더한다.


이 공간에서 일반적인 '테이블'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테이블은 나무판에 다리가 달려있는 그런 것인데, 여긴 대부분 통으로 된 콘크리트이다. 나무판도 없고 다리도 없다. 기-다란 콘크리트 덩어리와 그에 비해 조금 작은 콘크리트 덩어리 뿐이다.


빵을 파는 곳 뒤쪽으로 중정이라고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싶은 그런 공간도 있다. 역시 촌스러운 낡은 타일이 붙여져 있는데, 이곳에 붙여져 있는 건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세련되다. 타일로 된 벽 앞엔 시들어버린 풀들도 있다. 겨울이라 그런지 생기가 없어보였지만, 여름이 되면 제법 다른 느낌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 감각적인 공간이 마냥 좋지많은 않았다. 공간의 부익부빈익빈이 심했다. 어떤 공간은 사람들로 미어터질 것 같지만 또 어떤 공간은 분리되어 3-4명이서 조용히 머무를 수 있다.


내가 선호하는 카페는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공간 보단 널널하게 배치되어 있는 그런 곳,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만큼의 거리가 있는 공간이 좋다.
하지만 이곳은 족히 스무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기다란 테이블에 함께 앉아 서로 목소리를 높히고 있었다. 나는 운이 좋게 분리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더라면 내심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



좋은 공간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오히려 반감을 불러 일으킨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나는 찬찬히 카페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하나둘씩 건물의 구석구석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에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낡은 콘크리트의 회색빛은 여름보단 겨울을 떠올리게 했다. 중정의 시들어버린 풀들도 이런 생각에 한 몫 한 것 같다. 여름에 가보면 얼마나 다를지 궁금해진다. 그 때되면 옥상도 쓸 수 있을 텐데,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려나.


(2017년 2월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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