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Project on the Road

공간, 맛, 친절함의 삼박자를 갖춘 카페

카페가 예쁜 공간을 가지고 있고, 음료 맛이 좋으며, 사장님이 친절하다면 제대로 삼박자를 갖춘 것이라 생각한다. 

저번 겨울 친구가 여기 꼭 가보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경복궁의 담장이 보이는 카페였다. 그 때 친구가 보내준 사진엔 나무만 덩그라니 있어서 휑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여름이나 가을에 꼭 오고 싶었다. 나뭇잎이 풍성해질 시기에 오면 예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맞았다!

굉장히 조그마한 카페였다. 그것도 1층이 아니라 2층. 마음먹고 찾아가지 않는 이상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가기는 어려운 곳이었다. 내부에 들어가니 한쪽면에 경복궁의 담장과 푸른 나뭇잎들이 보인다. 꼭 액자같다고 생각했다. 창가자리가 그리 넓지 않다는 건 아쉽다. 타이밍을 잘 맞추지 않으면 그 자리에 못 앉을 것 같다. 많이 앉아봤자 5명정도? 그래도 우린 사람 없는 평일 저녁에 가서 여유롭게 앉을 수 있었다.

저기 보이는 저 빨간색 음료가 이 집의 시그니처 음료인듯 했다. 뭘 마실까 고민하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직접 추천해주셨다. 빨간색 음료랑 노란색 음료가 있었는데, 빨간색 음료는 장미향이 나는 음료였고 노란색 음료는 생강맛이 나는 음료였다. 우린 둘 다 빨간색만 시켰는데 있다가 노란색 음료도 맛보라며 내어 주셨다. 나의 입맛엔 달달한 빨간색이 더 맞았다. 노란색은 생강향이 난다. 나는 생강 싫어해서.. 
사장님이 음료 이름을 기억해 달라고 하셨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근데 음료는 둘다 맛있긴 했다. 

창가자리만 좋은 것은 아니었다. 곳곳의 테이블과 의자들이 아주 예뻤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벽면 한쪽에 CD가 줄지어 꽂혀 있었다. 저 안쪽으로 공간이 더 있는 것 같았는데, 사람이 있는 것 같아 가보지는 못했다. 저 슬쩍 보이는 의자가 내 맘에 쏙 들게 생겼다.
곳곳엔 사진이 걸려 있고 조그만 자기들이 선반위에 있다. 사장님의 취향이신것 같다. 그래도 그런 아기자기한 요소들이 절대 튀거나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느낌이다.

공간이 그리 크지 않아서 사람이 많으면 좀 답답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평일 밤에 갔을 땐 조용히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기 딱 좋았다. 입구 바깥쪽엔 작은 테라스가 있다. 봄이나 가을, 모기가 수그러들 즘엔 그 곳에서 한 잔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엔 저 나무가 어떤 색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경복궁의 가을풍경을 감상하러 한번 더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