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언제나 그렇듯, 익숙해질 때 쯤 떠나야한다.
고딕지구의 길은 너무 복잡하다. 좁다란 길들이 꼬불꼬불하게 이어져있다. 그 길위엔 사람들로 가득하다. 길이 이렇게 좁으면 햇볕도 잘 안들거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을 비웃듯이 바르셀로나의 햇살이 내리쬐었다. 눈이 부셔서 힘들지경이었다. 걷다보니 중정(?)이라고 해야할지 조그만 광장(?)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 그런 공간도 나온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보케리아 시장, 람블라스 거리 등을 가기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간이었기에, 구글맵을 켠 핸드폰을 꼭 쥐고 요리조리 많이도 돌아다녔다. 구글맵이 없으면 돌아다니지 못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걷다보니 길이 슬슬 눈에 익었고, 이제 많이 익숙해졌다 싶었을 때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여행이 언제나 그렇듯이.
사진을 찍을 때 종종 작은 내 키가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손을 쭉 뻗어도 건장한 남자의 눈높이 정도니, 평소에 내가 사진에 담을 수 있는 높이가 얼마나 한정되어 있겠는가. 여행 도중에 사람들이 우글우글한 모습을 일반인보다 조금 더 높은 시선에서 담고 싶어서 손을 최대한 뻗어 사진을 찍곤 했는데 가끔씩 예상치도 못한 장면들이 찍히기도 한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노부부의 모습이라든지, 손을 꼭 잡고가는 연인의 모습이라든지. 초점이 조금 어긋나고, 기울기가 잘 맞지 않아도 충분히 기분좋아지는 사진들이다.
[Info]
바르셀로나 필름사진.
네츄라 클래시카 + 10년묵은 수페리아 후지필름.
2016년 3월에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