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달랠 길이 없다.
그라나다의 가장 대표적 관광지는 알함브라 궁전과 알바이신 지구이다. 알함브라 궁전 - 알바이신 지구 관계를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경복궁 - 삼청동,북촌 한옥마을 같은 관계이다. 사실 나는 관광지 다니는 걸 별로 안좋아하는데 알함브라 궁전은 정말 멋있었다. 이슬람 문화의 정수 (essence) 같다고 해야하나. 보면서 탄성이 끊이질 않았다.
근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알함브라 궁전 및에서 찍은 필름사진이 하나도 없다.. 엉엉 그래서 남은게 대문의 길쭉한 저 사진, 사크로몬테 쪽으로 걸어가려고 하다가 찍은 궁전의 전경 사진 하나이다.
아래는 알바이신 지구의 언덕길에서 찍은 사진들. 엄청난 경사속에 집들이 들어차있는것도 북촌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런 좁다란 골목들이 얽혀있는곳이 알바이신지구였다.
잘 안보이지만 가방멘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다.
사크로몬테 (Sacromonte) 초입부
사실 이 길만 넘어가면 사크로몬테가 나온다. 흰색 외벽의 집들이 늘어선 곳이었다. 어떻게 보면 산토리니와 닮아 보이기도 했다. 이 언덕은 집시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위험한 곳이라며 혼자 가는것은 자제하라는 글도 있고, 실제로 갔다가 집시한테 털릴뻔했다는 글도 있고.. 일단 나를 겁 주기에는 충분한 글들이 많았다. 혼자 여행하는 주제에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갈 용기가 당연히 없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두고두고 생각이 났다. 이 길을 넘어가보면 어땠을까. 한적한 길을 무작정 걷다보면 꽤 예쁜 풍경도 만나지 않았을까. 재수가 무지 없어서 집시에게 털렸을 수도 있었겠지만 역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달랠길이 없다.
[Info]
그라나다 필름사진.
네츄라 클래시카 + 10년묵은 수페리아 후지필름.
2016년 3월에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