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결론부터 말하자면 잡문집의 글들은 그닥 내 취향이 아니다.

by 민진킴

1. 결론부터 말하자면 잡문집의 글들은 그닥 재미있지 않다.


이 책 속엔 무라카미 하루키가 썼던 에세이, 서평, 단편소설 등이 담겨있다. 주로 써 왔던 장편소설과는 달리 짤막한 글에 본인이 많이 드러나는 글이다.
'노르웨이의 숲', '1Q84',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다보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굉장하다. 그래서 나는 줄곧 비범한 할아버지의 이미지로 하루키를 그렸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그의 이미지는 굉장히 겸손하고, 사람들앞에 서는걸 꺼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글쟁이 할아버지로 바뀌었다.




2. 음악 덕후


그의 소설에는 늘 음악이 등장한다. 주로 재즈나 클래식이 등장한다. 음악에 관한 소설 속 묘사가 아주 자세하다. 몇 권의 소설을 읽으며 어렴풋이 '이 작가는 덕후구나..'라고 생각했다. 잡문집을 읽고나서 그 생각은 확고해졌다. 그에게 있어 음악이 얼마나 소중했으면, 잡문집 챕터 중 하나가 음악이다.

실제로 그는 젊은 시절 재즈바를 운영했다. 그 영향인지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LP나 오래된 스피커가 항상 등장한다. 작가가 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소설 속 곳곳에서 알 수 있다. 처음엔 그냥 옛날사람이라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잡문집을 읽으며 그저 자신이 사랑하던 것을 계속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폰과 블루투스 스피커가 굳이 등장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좋은 게 좋은거라고, 자신이 좋아했던 것을 계속 좋아할 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잡문집 챕터 중 '음악'은 좀 읽기 힘들었다. 대부분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한 글이며 팝 가수가 아닌 재즈 가수에 대한 글이 대부분이라 한 페이지를 읽으면 2/3이상이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어쩌다 나온 비틀즈의 이름이 그렇게 반갑게 느껴질 줄이야. (물론 나는 비틀즈의 음악은 잘 모른다.) 참 아이러니하게 그의 애정과 열정이 느낄 수 있는 챕터였지만 가장 지루한 챕터이기도 했다.




3. 번역가 하루키


그가 번역일도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번역가' 무라카미 하루키로 활동한 책도 꽤 되는 것 같다. 물론 일본어로 번역했으니 우리나라에서는 만나볼 수 없지만 말이다. 소설가가 번역한 소설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소설가가 빚어낸 문장과 소설가가 번역한 문장은 얼마나 다를까? 하지만 이것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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