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튈르히 의자에 앉아 햇볕쬐고 있기'는 성공적이었다.
사실 파리는 그렇게 가고싶었던 도시는 아니었다. 그냥, 유럽까지 왔는데 에펠탑 정도는 보고 가고 싶어서, 모나리자는 보고 가야겠다 싶어서, 책에서만 읽었던 루브르가 궁금해서 정도였다. 영국도 프랑스도 안간다면 뭐하러 유럽가냐는 소리를 들을 것만 같아서 추가한 도시였다. 큰 기대 없이 그런 이유로 오게 된 도시이다. 하지만 딱 하나 기대가 되었던 곳이 바로 튈르히 정원이었다.
나는 박물관이나 쇼핑, 상점 이런 것보다 탁 트인 공원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좋아한다. 튈르히의 여행 사진을 보면 모두들 초록색 의자에 앉아 편안히 쉬고있다. 딱 내가 원하던 곳이었다. 여행 목적중 하나인 '맑은 날 튈르히 의자에 앉아 햇볕쬐고 있기'는 성공적이었다!
내가 갔을 땐 3월 중순이라 나뭇잎이 다 앙상했는데, 여름날의 튈르히도 무척 궁금하다. 그 땐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의자에 오래도록 앉아있지는 못하겠지만 초록잎이 무성한 나무들 사이를 지나는 느낌도 꽤 궁금하다. 단풍지는 모습도 궁금하고.. 이래서 '여행은 살아보는거야'라는 말이 나오는건가 싶고. 아무튼 언젠간 다시 가보게 될 것 같다. 그게 3월만 아니었음 좋겠다.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나무만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봄에 피는거니까 아마도 목련..? 앙상한 나무들 사이에서 혼자 너무 예쁘니까 오히려 이상해보이기도 했다. 초록잎이 무성할 즈음엔 이미 꽃잎이 모두 떨어지고 없겠지.
모두들 초록색 의자에 앉아 쉬고있다. 책을 보는 사람들, 핸드폰을 보는 사람들, 그냥 누워서 쉬는 사람들,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나도 의자에 누워서 한숨 자고 싶었는데, 겁쟁이 쫄보인 나는 누가 내 소지품을 훔쳐갈까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가만히 누워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했다.
어쨌든 좋았다. 돌이켜보면 3-4월이 제일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여름엔 너무 덥고 가을이되면 쌀쌀해질테니까. 언젠간 하늘도 파랗고 햇살도 좋은 맑은날, 그 땐 책 한권 가지고 가야지.
[Info]
파리 필름사진.
네츄라 클래시카 + 10년묵은 수페리아 후지필름.
2016년 3월에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