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노을이 내려앉는 시간
말라가의 해가진다. 바닷가의 푸른색과 야자수의 초록색에 노을의 노란빛이 더해져서 풍경의 색이 훨씬 풍부해졌다. 지는 해는 시시각각 바다의 색을 바꾸어 놓았고, 그 때문에 가만히 쳐다만 보아도 지루하지 않았다. 해가 수평선 너머에 걸릴 즈음엔 붉은 빛까지 더해져서 풍경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빛이 뿜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색을 느낄 수 있었다.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은 무척이나 짧지만 노을지는 바닷가를 보기 위해 기다린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후드를 뒤집어 쓴 연인들이다. 처음에 필름을 현상했을 때 비둘기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이었다.
바다에도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해수욕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 씩 짐을 챙겨 바닷가를 떠났지만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바닷가를 담으러 온 사람도 있었다. 사진 속 사람은 풍경을 담으러 온 것이 아닌 소리를 담으러 왔다. 말라가의 바닷소리는 무언가 더 특별한가? 아니면 그저 파도소리를 좋아하는 건가.
앞서 적었던 글에서 찍은 사진과 거의 똑같은 위치에서 찍었지만 색은 이렇게나 다르다. 해가 수평선 밑으로 떨어져 버려서 풍부한 색을 잃어버리고 어둠이 더해지는 시간이다.
[Info]
말라가 필름사진.
네츄라 클래시카 + 10년묵은 수페리아 후지필름.
2016년 3월에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