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강 주변의 이모저모
나는 카톨릭 신자가 아니라서 유럽의 많은 성당들을 보며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과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제외하고는 다 그냥 그랬어.. 이건 좀 큰 성당, 이건 좀 작은 성당, 이건 화려한 성당 이정도..? 근데 밖에서 본 센강과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은 참 예뻤다. 보통 성당들의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건물의 입면 및 전체적인 건물을 한 눈에 담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노트르담 성당은 강 너머 멀찍이서 그 모습을 완전히 담을 수 있었다. 그것도 풍경과 함께 담을 수 있다니 참 좋다.
서울에 한강이 있듯이, 파리엔 센(Seine)강이 있다. 한강에 비해 강폭이 아주 좁다. 물살도 아주 세다. 유람선이 서로 마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니 '옹기종기'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넓지도 않은 강에 참 옹기종기 많이도 모여있구나. 그러고보면 한강은 참 넓은 강인것을 새삼 깨닫는다.
흐르는 강 사이로 파리의 고풍스런 파사드들이 마주보고 서 있다. 비슷한 모양에 비슷한 높이로 일렬로 서있는 모습이 조화롭다. 한강 사이로 높이 솟은 빌딩과 아파트들이 마주보고 있는 풍경과는 확연히 다르다. 한국의 아파트 숲을 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이 곳의 도시 풍경은 지루하지 않다. 입면의 모습들이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뭐가 더 낫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낮엔 센강이 밤엔 한강이 더 예쁜 것 같다.
유람선을 한번 타봐야지,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고 파리를 떠날 때까지 타지 못했다. 추운게 가장 큰 이유였다. 3월의 강변은 꽤 추웠다. 3월 중순이라 날씨가 좀 풀리겠지 하고 기대했던건 크나큰 오산이었다. 사실 좀 귀찮기도 했고, 센느 강은 작아서 유람선을 타나 강변에 서서 보나 별 다를 게 없을 것 같은 생각도 있었다. 결론은 유람선 한번 안타보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사실 유람선을 타지 않은 것은 전혀 후회가 되지 않지만, 강둑에 앉아있지 못했던 것은 조금 후회된다. 근데 강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서 도저히 앉아있고 싶지 않았다. 조금 따뜻해지면 또 느낌이 다르겠지.!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 파리.
[Info]
파리 필름사진.
네츄라 클래시카 + 10년묵은 수페리아 후지필름.
2016년 3월에 찍음.